CSIS, 삭간몰 기지를 '미신고 기지'로 거론…7개 터널에 미사일 차량 18대 가능"
NYT "北 비밀 미사일 기지 16곳…北, 큰 속임수 쓰고 있다"
(서울·워싱턴·뉴욕=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송수경 이귀원 특파원 =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북한의 미사일 기지 13곳을 파악했다고 12일(현지시간) 밝혔다.
CSIS는 이날 공개한 '신고되지 않은 북한: 삭간몰 미사일 운용 기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북한 당국에 의해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약 20곳의 '미신고(undeclared) 미사일 운용 기지' 중 13곳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CSIS 측은 '미신고'라는 표현을 쓴 것과 관련, 연합뉴스에 "북한의 전체적 핵무기 프로그램의 일부분이지만 북한이 아직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미사일 기지를 의미한다"며 "일부 전문가들이 이미 들었거나 장소를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있어 미신고라는 표현을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CSIS는 그러면서 민간 위성업체 '디지털 글로브'가 3월 29일 촬영한 위성사진을 근거로 황해북도 삭간몰에 있는 '삭간몰 기지'를 대표적 사례로 소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삭간몰 기지는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기지로, 서울과 비무장지대(DMZ)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미사일 기지 중 하나다. 서울에서 북서쪽으로 135㎞, DMZ에서 북쪽으로 85㎞ 떨어져 있다.
황해북도의 전술 벨트(Tactical Belt)에 있는 이 기지는 황해북도 봉산군과 서흥군, 연탄군이 만나는 지점 인근, 산악 좁은 계곡에 위치해있다.
보고서는 이 기지가 종종 '지하 미사일 저장시설'로 잘못 언급되기도 하지만, 북한의 탄도미사일 전력을 지휘하는 조선인민군 전략군 소속의 전진 기지이며 '화성 5호'와 '화성 6호' 미사일을 운용한다고 주장했다.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운용하는 부대가 주둔하지만, 중거리 탄도미사일(MRBM) 운용도 가능하다고도 전했다.
삭간몰 기지는 1991∼1993년 7개의 지하시설과 차량 이동이 가능한 미사일 지원 시설, 막사 등으로 조성됐고, 1999년 9월께 스커드 미사일 27기가 배치됐다.
이어 2010∼2011년 막사와 차량 유지·보관시설, 온실고가 확충되는 등 2단계 건설 작업이 이뤄졌다.
기지엔 7개의 긴 터널이 있고, 여기에는 최대 18대의 미사일 이동용 차량이 들어갈 수 있다. 높이 18∼20m, 길이 55∼65m 돌과 흙더미를 쌓아놨는데, 이는 공습과 포격으로부터 터널 입구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보고서는 "2011년 12월 권력을 잡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인민군에 실질적인 훈련과 작전준비태세 강화 등 광범위한 변화를 도입했다"며 "이러한 변화는 곧 2013년 전략로켓사령부의 전략군 재편과 몇몇 미사일 기지의 인프라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삭간몰 기지에서 이러한 변화는 훈련과 작전준비태세 강화로 나타났고, 사소한 인프라 변화들만 관측됐다"며 "2018년 11월 현재 이 기지는 활동이 이뤄지고 있고(active) 꽤 잘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북한의 서해위성발사장 해체가 언론의 주목을 받았지만, 그로 인해 삭간몰 기지와 미신고된 탄도 미사일 기지들이 미군과 한국에 미치는 군사적 위협이 가려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보고서는 CSIS 산하 한반도 전문 포털인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에서 시작한 북한 미신고 미사일 운용기지에 대한 연구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미 국방정보국(DIA) 분석관 출신으로 최근까지 북한 전문 사이트인 38노스 연구원으로 있었던 조지프 버뮤데즈 연구원과 빅터 차 한국 석좌, 리사 콜린스 연구원 등 3명이 집필했다.
다만 보고서는 나머지 확인된 13곳 중 삭간몰 기지를 제외한 12곳이 어디인지는 명시하지 않았다.
보고서에 언급된 삭간몰은 2016년 3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해 미사일 기지로 이미 알려진 곳이다. 당시 군 당국은 스커드-C로 추정되는 단거리 탄도 미사일이 약 500㎞를 비행해 동해상에 떨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CSIS 보고서를 보도하면서 북한이 16곳의 비밀 기지에서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하고 있으며 이는 새로운 상업 위성사진을 통해 확인됐다고 보도, 비밀 미사일 기지 숫자에서 차이를 보였다.
NYT는 "위성사진은 북한이 큰 속임수(great deception)를 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북한은 주요 (미사일) 발사장의 해체를 제시했지만, 재래식 및 핵탄두 발사를 강화할 수 있는 다른 기지 10여곳에 대한 개선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절대 인정하지 않았던 미사일 기지의 존재는 북한과의 기념비적 외교가 핵, 미사일 프로그램 제거로 이어지고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도 모순된다고 평가했다.
차 석좌는 NYT에 "이런 (미사일) 기지들은 동결된 것 같지 않다. 작업이 계속 진행 중"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하나의 미사일 실험장을 우리에게 제공하고(보여주고) 다른 몇 개의 시설을 해체하고 대신 평화협정을 얻는' 나쁜 딜을 수용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모든 사람이 우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버뮤데즈 연구원은 "북한이 (핵·미사일) 역량을 최대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 기지에선 어떤 미사일이라도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CSIS 보고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제거를 포함한 자신의 약속을 이행하면 북한과 북한 주민들에게 훨씬 더 밝은 미래가 앞에 놓여있다고 분명히 해왔다"는 원론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NYT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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