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 4위 넥센, 준PO·PO 진출하며 뜨거운 가을 보내
도약 성공한 한화, 짧은 가을 보내고 퇴장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두산 베어스는 7개월 동안 KBO리그를 지배했다.
하지만 9일 만에 SK 와이번스가 판세를 뒤집었다.
SK는 12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 한국시리즈(KS) 6차전에서 5-4로 승리하며 시리즈를 4승 2패로 끝냈다.
정규시즌을 2위로 마친 SK는 플레이오프(PO)를 거쳐 KS에 올라와 정규시즌 1위 두산을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KBO리그가 단일리그로 치러진 1989년 이후 정규리그 1위가 아닌 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것은 1989년 해태 타이거즈(2위), 1992년 롯데 자이언츠, 2001년과 2015년 두산(이상 3위)에 이어 SK가 5번째다.
SK는 '정규시즌 1위=KS 우승' 공식을 깼다. SK는 2007, 2008, 2010년에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하고 KS 우승도 달성했다. 구단 네 번째 KS 우승은 더 극적으로 해냈다.
반면 두산은 정규시즌에서 단일시즌 최다 타이인 93승(51패)을 거두며 내내 독주했지만, SK의 기세를 누르지 못하고 통합우승 달성에 실패했다. 앞서 정규시즌에서 우승한 1995년과 2016년에는 KS도 제패해 통합우승에 성공했지만, 이번 가을에는 쓴맛을 봤다.
◇ SK, 구단 최초 '업셋' 우승 = SK와 두산은 2007, 2008년 이후 세 번째로 KS에서 만났다.
출발점은 달랐다. 2007년과 2008년에는 SK가 정규시즌 1위로 KS에 직행했고, 두산이 PO를 치르고 올라왔다.
SK는 2007년 구단 첫 우승을 차지했고, 2008년에도 KS 우승기를 들었다.
10년 만의 재대결에서는 두산이 '정규시즌 챔피언' 자격으로 SK를 기다렸다.
상황은 달랐지만, 결과는 같았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롱볼과 스몰볼을 적절히 섞으며 객관적 전력에서 우위에 있는 두산을 괴롭혔다. 두산은 4번타자 김재환이 옆구리 통증으로 KS 3차전부터 뛰지 못하는 악재를 극복하지 못했다.
정규시즌에서 0.309의 KBO 역대 최고 팀타율을 기록한 두산 타선은 KS에서 타율 0.249에 그쳤다. 번트 실패가 이어졌고, 도루도 9차례 시도해 4차례나 실패했다.
'홈런 군단' SK는 홈런 수에서 두산을 8-3으로 압도했다. 희생번트도 7번 성공해 단 한 차례만 성공한 두산을 크게 앞섰다. 두산은 실책도 7개(SK 실책 4개)나 범하며 장점이었던 세밀한 야구를 펼치지 못했다.
정규시즌에서 두산은 4월 7일 공동 선두로 올라선 이후에는 단 하루도 2위로 내려가지 않고 독주했다.
10승, 20승, 30승, 40승, 50승, 60승, 70승, 80승, 90승 고지를 가장 먼저 밟을 정도로 위기조차 없었다. 4년 연속 KS 진출의 쾌거도 이뤘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선수들에게 "우리는 정규시즌 챔피언"이라고 강조했다. 자부심을 가져도 될 만한 성적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무대에서 위기를 맞았고, 극복하지 못했다.
KBO리그 특성상 KS 챔피언이 더 주목받는다. 두산은 올해 가장 오랜 기간 정상에 있었지만, 스포트라이트는 SK를 향했다. 특히 힐만 감독은 '최초로 KS에서 우승한 외국인 감독', 'KS에서 우승하고도 팀을 떠난 사령탑'으로 기록됐다.
◇ 또 다른 가을 무대 주인공 넥센…한화는 아쉬운 퇴장 = 2018년 KBO리그 최대 이변은 한화 이글스의 도약이었다.
한화는 올해 정규시즌에서 3위를 차지하며 2007년 이후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올해도 한화는 '하위권 후보'로 분류됐다. 시즌 내내 토종 선발 부재와 타선 기복에 시달렸다.
그러나 평균자책점 4.28로 1위에 오른 불펜진의 힘으로 긴 레이스를 버텼고 꿈꾸던 포스트시즌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넥센 히어로즈는 한화와 치열한 3위 경쟁을 펼치다 4위로 정규시즌을 마감했다.
하지만 가을 무대에서는 두 팀의 상황이 뒤바뀌었다.
넥센은 5위 KIA 타이거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10-6으로 승리해 준PO 무대에 올랐다.
준PO의 주인공도 넥센이었다. 넥센은 한화를 3승 1패로 눌렀다.
토종 에이스 최원태가 팔꿈치 부상으로 포스트시즌에 나서지 못하고, 준PO 2차전에서 이정후가 부상을 당하는 악재 속에서도 넥센은 '젊음의 힘'을 과시하며 한화를 눌렀다.
한화는 11년을 기다린 가을 무대에서 단 4경기만 치르고 퇴장했다.
넥센은 SK와의 PO에서도 명승부를 펼쳤다. 1, 2차전을 내리 내주고도 3, 4차전을 따내더니 5차전에서 4-9로 끌려가던 9회초 5점을 뽑아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특히 9회초 박병호가 동점 투런포를 쏘아 올리는 모습은 2018년 가을 무대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로 남았다.
◇ 하위권 팀들의 비애…롯데·NC·kt 감독 교체 = 상위권 팀들이 가을 잔치를 즐기는 동안, 하위권 팀들은 내년 봄을 준비했다.
일단 3개 구단에서 사령탑을 바꿨다.
시즌 막판 KIA 타이거즈(5위)에 밀려 아쉽게 포스트시즌행 막차를 놓친 롯데 자이언츠(7위)는 양상문 전 LG 트윈스 단장을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양 감독은 13년 만에 롯데 1군 감독으로 복귀했다.
조원우 전 감독은 계약 기간을 2년이나 남기고, 롯데 더그아웃에서 물러났다.
창단 후 처음으로 최하위(10위)에 그친 NC 다이노스는 이동욱 전 수비코치를 감독으로 임명했다.
9위 kt는 김진욱 전 감독이 자진해서 사퇴하자, 이강철 두산 수석코치를 감독으로 선임했다.
두산에서 KS를 치른 이강철 kt 감독을 제외한 두 신임 사령탑은 마무리 훈련에 참가해 팀 재건에 돌입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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