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제36대 총무원장 취임 법회 열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대한불교조계종 제36대 총무원장 원행 스님의 취임 법회가 13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특설무대에서 열렸다.
취임 법회는 종정 진제 스님 법어, 원행 스님 취임사, 격려사와 축사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원행 스님은 취임사에서 "소통과 화합, 혁신을 기조로 승가공동체 정신을 회복하고 부처님 가르침의 사회적 회향을 통해 미래불교를 열어가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원행 스님은 설정 전 총무원장 퇴진 등을 둘러싼 조계종의 혼란과 관련해 "문제의 원인을 찾아내고 상식과 제도를 통해 근본적으로 해결했어야 했으나 그러하지 못했다. 저 또한 공동체의 한 구성원으로서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며 "종도와 국민 여러분께 송구한 마음을 가지고 참회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통과 화합위원회를 설치해 공동체의 화합을 도모하고, 가칭 '불교문화 창달위원회'를 설치해 전통문화자원을 활용한 불교문화 시대를 국민과 함께 열어가겠다고 밝혔다.
원행 스님은 종단 운영 혁신을 위한 총무원장 권한 분산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는 "중앙종무기관에서 설립한 각급 기관과 법인의 대표를 총무원장이 맡고 있다"며 "이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켜 각급 기관과 법인들이 책임성과 전문성을 갖고 운영할 수 있도록 하되, 종단은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그 외 전국비구니회 종법기구화 등 비구니 스님 위상 강화, 승가공동체 기금 조성 등 승려복지 확대, 한국불교의 대사회적 역할 강화, 금강산 신계사 템플스테이와 북한사찰 복원과 사찰림 녹화사업 등 남북 불교 교류사업 다변화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대독한 축사에서 "한국불교 1천700여년의 유구한 역사 속에는 민족의 애환이 서려 있다. 나라가 위기에 처하면 석장을 곧추세워 호국정신을 이끌었고 사부대중이 도탄에 빠지면 육바라밀의 실천으로 중생을 구제해왔다"며 "그 크신 부처님의 자비행을 오늘에 되살려 우리 국민 모두 너나없이 함께 잘 사는 포용국가를 만드는 데 앞장서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민족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실천하시는 불교계의 헌신에 대통령으로서 깊이 감사드린다"며 "부처님이 일깨워주신 무소유의 가르침으로 우리가 가진 욕심과 아집을 내려놓을 때 온 국민이 함께 잘 사는 번영의 열매를 맺고 남북 온 겨레가 평화의 바다에서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진제 스님은 법어에서 "우리 불교는 변혁기에 직면하게 됐다. 이러한 시기일수록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가장 절실한 것은 종단의 화합과 종지종풍(宗旨宗風)의 진작"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우리 불교는 자비의 목탁으로 고통받고 소외된 중생들의 삶을 위무해 사바세계의 안식과 화평을 위해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5천여 명이 참석한 이날 취임 법회에서는 중앙종회의장 범해 스님,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 대한불교천태종 총무원장 문덕 스님, 국회 정각회장 주호영 의원 등이 축사를 맡았다.
이옥선 나눔의 집 할머니도 참석해 원행 스님을 축하했다.
원행 스님은 지난 2003년부터 나눔의 집 원장을 맡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지원해 왔다.
김희중 대주교는 "원행 스님은 신군부에 의해 총무원장 자리에서 강제로 물러나셨던 월주 스님과 상좌관계로서, 성(聖)과 속(俗)의 소통과 불교계의 쇄신, 그리고 종교간 대화를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헌신하시리라 믿는다"며 "원행 스님의 말씀처럼 갈등과 위기를 종단 발전의 기회로 더 큰 걸음을 내딛는 원동력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강수린 조선불교도련맹 중앙위원장은 축전을 보내 "삼천리강토에 민족적 화해와 단합, 평화와 번영의 새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며 "원행 스님의 총무원장 취임으로 조선불교도련맹과 조계종 사이의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고 북남공동선언 지지, 이행에 매진해 보다 알찬 열매를 거둠으로써 북과 남, 해외의 전체 불교도들에게 커다란 기쁨을 안겨주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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