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IT(정보기술) 업계에서 벌어지는 '갑질'이 심각한 수준으로 보인다.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갑질 사태를 계기로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IT 노동자 직장 갑질·폭행사례 보고' 간담회에서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한 사례들이 쏟아져 나왔다. 미래 지향적이고, 권위주의를 멀리할 듯한 업종에서 폭력적인 갑질 행태들이 많다니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간담회에서 한 피해자는 회사 대표로부터 2년 6개월 동안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자고, 편의점 음식을 먹는 숙식 생활을 강요받았지만 모두 15만 원을 받은 게 전부였다고 말했다. 그는 미니 선풍기를 샀다는 이유로 회사 대표로부터 구타를 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다른 회사의 한 웹디자이너는 자아비판 형식의 업무보고서를 매일 회사에 제출해야 했고, 채식주의자인데도 육식을 강요받는 등 학대를 받다가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이밖에 회사 측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종료하거나 초과근로수당을 주지 않거나 폭언·폭행·모욕 등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간담회 참가자들의 주장이다.
이런 갑질은 IT업계의 구조적인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단기간에 집중해야 하는 프로젝트 중심 업무, 하도급의 성행, 정규직보다는 프리랜서 등 비정규직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력구조 등이 IT분야 갑질의 토양이 되고 있다. 직원들은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참게 되고, CEO나 상사들은 이를 악용해 임금도 제대로 주지 않으면서 정서적 학대뿐 아니라 물리적 폭력도 꺼리지 않는 것이다.
이런 갑질이 우리 사회에서 용납돼서는 안 된다. CEO 등이 직원들의 어려운 처지를 악용해 제왕처럼 군림하면서 직원들을 비인간적으로 대한다면 그 자체가 사회악이다. 특히 한국 경제의 핵심적 성장동력인 IT 분야에서 우리의 젊은이들이 이런 소모품 대우를 받는다면 한국의 장래는 어두울 뿐이다. 한국이 IT 강국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그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당국의 엄격한 근로감독이 필요하다. IT분야의 후진적인 노동구조에 불법적 요소가 있는지 실태 파악을 한 뒤에 법규에 따라 엄중히 처리해야 한다. 갑질을 막기 위한 법률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데, 검토를 거쳐 가능하면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 외국의 법률 사례를 참고하되 한국에서 실효성 있게 적용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의 젊은이들이 자유롭고 신나게 일할 수 있는 IT 환경을 만드는데 정부, 국회, 업체 등이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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