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도 생명이라더니…건강실용서로 돌아온 임성한

입력 2018-11-13 17:49   수정 2018-11-14 09:12

암세포도 생명이라더니…건강실용서로 돌아온 임성한
3년만에 신간…"모두 음식으로 병 치유하길 바라는 마음"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암세포들은 어쨌든 생명이에요. 내가 죽이려고 하면 암세포들도 느낄 것 같아요."
2013년 MBC TV 드라마 '오로라 공주'에 등장한 이 대사는 모두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뒤이은 논란은 당연한 결과였다.
문제의 대사를 남기고 은퇴한 임성한 작가가 그 대사를 제목으로 딴 책을 들고 갑자기 나타났다. 드라마 관련도 아니고, 전혀 다른 분야의 건강실용서로.
책에서는 그가 '보고 또 보고', '인어아가씨', '신기생뎐', '오로라 공주', '압구정 백야' 등 수많은 히트작을 낼 동안 스트레스로 각종 병에 시달렸던 것을 뒤늦게 알 수 있다. 그 고통을 자신만의 레시피로 이겨낸 과정이 담겼다.
각종 성인병을 멀리하기 위한 다이어트부터 탈모, 두통, 변비, 불면증, 위장병, 과민 대장 증후군, 갱년기 증상, 빈혈, 요통, 감기, 내향성 발톱 등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벗어나기 힘든 질병들을 모두 담아냈다.
물론 고혈압, 당뇨, 통풍부터 암까지 중병에 대한 정보와 스트레스, 노화, 임신과 출산, 육아에 대한 설명도 따로 정리했다.



암을 다룬 부분에서는 역시 '오로라 공주'의 대사가 빠지지 않는다.
임 작가는 "방송 나가고 비난이 거셌다. 내용을 쓸 때 어느 정도 예상해 바꿀까, 어쩔까 잠시 고민했지만 대사를 살렸다"고 말했다. 오랫동안의 '취재와 공부'를 부정해서는 안 됐다는 게 이유다.
그는 "충격이고 절망스럽겠지만 내가 뭘 잘못해서 몸에 암세포가 생겼는가를, 원인을 스스로 찾아봐야 한다"며 "과로했는지, 잘못 먹어서인지, 오염된 환경 탓인지, 스트레스가 원인인지를 짚어보고 그걸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작가의 이러한 설명은 (적어도 책 속에서는) 주장으로 그치지 않는다. 녹즙과 바나나, 현미밥과 우럭, 요구르트 등으로 구성된 식단에 대해 그는 "언뜻 보면 암에 좋은 식단 같지만 찬 음식만 있다"고 지적하며 사과 반 개를 껍질째 씹어 먹기, 대추, 잣, 소고기나 닭고기, 더운 채소, 항암 과일, 현미밥과 꽁치 등을 섞은 식단을 제안한다.
그만의 식단은 질병의 종류마다 다양하게 등장하는데, 그가 대본 집필 중에도 십수년간 꼼꼼하게 '먹은 것'을 기록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암세포가 생명이 아닌 죽은 거면, 이미 암이 아니다" 등 특유의 거친 화법은 여전하지만, 작가가 오랫동안 건강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왔음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책을 쓴 이유에 대해 "나부터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절필 후 3년 놀아볼 작심을 했는데 골절로 1년도 못 채우고, 쇠판을 빼는 재수술 후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며 "세상 사람 모두 아프지 않고, 독한 약이 아닌 맛있는 음식으로 병을 고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의사도 약사도 아닌 내가 마음을 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막장극 여왕'이라는 타이틀에 한순간이나마 서운했던 마음은 살짝 녹여놓았다.
"내가 드라마 쓸 때만 기자들이 투표해서 '최악의 드라마'로 뽑아? 그럼 재밌다고 본 그 많은 시청자가 다 최악의 시청자란 말이야? 이런 식으로 따지고 억울해하며 분함으로 살았다면, 아마 나는 진작 화병에 걸렸을 거지만 아직은 즐겁게 잘살고 있다. 어떤 문제가 닥쳐 힘들어하는 지인들에게 나는 '분별하지 말고 그냥 딱 받아들여 보라'고 조언한다."('스트레스' 299쪽)
북-수풀림, 332쪽, 1만5천원.
lis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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