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한 미얀마의 실권자 아웅산 수치에게 로힝야족 학살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라는 압박이 쏟아졌다.
특히 로힝야족 문제에 대해 날을 세워온 말레이시아 총리는 이번에도 강경 발언으로 수치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고 현지 언론이 14일 보도했다.
전날 싱가포르에서 개막한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한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는 "구금생활 경험이 있는 자는 그 고통을 알아야 하며 같은 괴로움을 다른 사람에게 가해서는 안 된다"며 과거에 가택연금을 경험했던 수치를 겨냥했다.
마하티르 총리는 "그런데도 수치는 절대 옹호할 수 없는 일을 옹호하려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이어 "그들(미얀마)은 로힝야족을 죽이거나 집단학살했으며, 심지어 희생자들이 판 구덩이에 그들을 암매장하기도 했다"며 "그런 행동은 옛날에나 있었던 일이지 현대 사회를 사는 우리는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8월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州)에서는 로힝야족 무장단체인 '아라칸로힝야구원군'(ARSA)이 오랫동안 핍박받아온 동족을 보호하겠다며 대(對)미얀마 항전을 선포하고 경찰초소 등을 급습했다.
미얀마군과 정부는 ARSA를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소탕작전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로힝야족 수천 명이 죽고 70만 명이 넘는 로힝야족 난민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
로힝야족 난민들은 미얀마군이 ARSA 토벌을 빌미로 민간인을 학살하고 성폭행, 방화, 고문 등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런 난민들의 주장을 토대로 미얀마군의 행위를 '인종청소', '집단학살', '반인도범죄'로 규정해 비판하고 책임자 처벌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수치는 이런 난민들의 주장에 명확한 근거가 없다고 일축하고, 미얀마군의 잔혹행위를 두둔하는 듯한 발언으로 국제사회의 비판을 한몸에 받고 있다.
이슬람 국가로서 박해받는 로힝야족 난민을 그동안 수용해온 말레이시아는 과거에도 이런 수치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특히 나집 라작 전 총리는 지난 3월 시드니에서 열린 호주-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수치를 면전에 두고 로힝야족 위기가 심각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말레이시아 이외에 다른 아세안 지도자들도 로힝야족 사태에 대한 우려와 사태해결을 위한 협력을 강조했다.
차기 아세안 의장국인 태국의 쁘라윳 짠-오차 총리는 "라카인주 사태를 건설적이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해결하는 데 아세안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도 "가족의 일원으로서 인도네시아는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즉각 실행되기를 바란다"고 가세했다.
아세안 정상들은 14일 발표할 이번 정상회의 의장성명을 통해 로힝야 사태해결과 국경을 넘어 도피한 난민의 자발적 송환을 촉구할 예정이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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