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세이모어 등 VOA에 밝혀…"핵물질에 초점 맞춰야" 견해도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북한이 공개되지 않은 미사일 기지를 운용하고 있다는 미국 싱크탱크의 보고서에 대해 과거 대북 협상을 한 미국의 전직 관리들이 북미 간 '합의 위반'이나 새로운 내용은 아니라는 평가를 했다.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13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보고서 내용은) 새로운 것이 아니고, 미국 정부가 이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량살상무기(WMD) 조정관도 "기만이라고 하기는 어렵다"며 "북한은 핵·미사일 역량을 계속 개발하고 있는데 이것은 우리가 모두 예상했던 바"라고 말했다.
CSIS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발간한 보고서에서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북한의 미사일 기지 13곳을 파악했다며,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운용하는 황해북도 '삭간몰' 기지를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대표 사례로 지목했다.
미사일 위협에 초점을 맞춘 CSIS 보고서가 파장을 일으키고 있지만, 전직 관리들은 북한의 '핵물질 생산' 중단이 일단 우선시돼야 한다는 견해도 내비쳤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핵탄두가 장착되지 않은 미사일은 그 자체만으로는 위협이 되지 않는다"며 "나라면 미국 대북정책의 주요한 목표로서 핵물질과 핵무기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직 관리들은 북미 정상 간 '싱가포르 성명'의 문제점이 이번 보고서로 부각됐다는 진단도 내놨다고 VOA는 전했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 특사는 "북한은 핵물질 생산과 핵무기 제조 등 평소에 하던 모든 활동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그렇다 해도) 위반할 합의가 없다"고 지적했다.
CSIS의 이번 보고서를 두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북한이 큰 속임수(great deception)를 쓰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하는 등 미 조야에서는 트럼프 행정부 대북협상에 대한 회의론자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다.
그러나 CSIS 연구진들은 언론 보도가 당초 보고서 의도와 다르다며 거리를 두는 듯한 입장도 밝히고 있다.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조지프 버뮤데즈 CSIS 선임연구원은 "일부 미국 언론의 기사는 우리의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선정적으로 보도됐다고 본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수미 테리 CSIS 선임연구원도 북한이 '속임수'를 쓰고 있다는 NYT의 표현과 관련, 이는 CSIS 측의 의도와 다르다며 다른 언론보도에 대해서는 논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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