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아동의 무에타이 대회 출전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한창인 태국에서 실제 링에 올랐던 13살 소년이 숨지면서 당국이 아동의 대회 출전금지 입법을 서두르고 있다.
14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10일 방콕 외곽 사뭇쁘라깐에서 벌어진 마약 퇴치를 위한 무에타이 자선 경기대회에 출전했던 아누차 타사꼬(13) 군이 경기 도중 상대 선수의 주먹에 머리를 맞고 의식을 잃었다.
아누차는 병원으로 이송된 직후 뇌내출혈(intracerebral hemorrhage) 진단을 받고 사망했다.
경기 영상을 보면 몸무게 18㎏ 안팎의 아누차와 상대 선수는 머리에 보호대도 쓰지 않은 채 겨뤘다. 언제라도 머리를 다칠 위험에 노출됐던 셈이다.
부모를 여의고 삼촌 밑에서 자라온 아누차는 8살 때부터 무에타이 선수로 활동하면서 벌써 무려 170경기를 치렀다.
삼촌 담롱 타사꼬는 "아누차는 학비와 생활비를 버느라 무에타이 선수로 활동했다"고 말했다.
아누차의 죽음은 최근 태국 당국의 무에타이 대회 출전선수 연령 제한 입법 추진에 속도를 붙이는 양상이다.
위라싹 코수랏 태국 관광체육부 장관은 "관련 법안이 가능한 한 빨리 각료회의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태국 과도의회인 국가입법회의(NLS)는 최근 12세 미만 아동의 무에타이 대회 출전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1999년 복싱법 개정안'을 검토한 뒤 각료회의 승인을 요청한 상태다.
개정안에는 12세 미만 아동의 대회 출전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물론 20세 미만 선수의 경우 부모의 동의, 15세 미만인 경우 감독기구 승인을 받아야만 대회에 출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담겼다.
아이들이 돈벌이 수단으로 동원되는 데다 격렬한 대회를 치른 아이들이 뇌 등 신체 부위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인권·아동 단체와 의학계의 오랜 비판을 염두에 둔 조처다.
그러나 대부분 가난한 집안 출신인 무에타이 수련 소년들과 부모들은 이런 논란을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부모의 빚을 갚거나 집안을 일으켜 세우겠다는 일념으로 자발적으로 링에 오르는 소년들이 있는가 하면 가난을 피하고자 아이들을 싸움판으로 내모는 부모도 있다.
그 때문에 태국 곳곳에는 10세 미만의 아이들이 수련하는 무에타이 도장이 성업 중이고 대도시 곳곳에는 소년 선수들이 출전하는 상설 대회장도 있다.
무에타이 선수들과 대회 프로모터 등도 선수 수급 문제 등을 우려하며 법 개정을 반대해왔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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