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로 빼돌리고 공법 임의변경에 무자격 업체 시공까지…비리 복마전
(순천=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전남 순천시가 추진 중인 700억원대 하수도 공사가 비리로 얼룩져 경찰 수사를 받을 전망이다.
순천시는 하수도사업 특별감사에서 공사 참여 업체가 공법을 무단으로 바꾸고 공사비도 부풀린 점을 적발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14일 밝혔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한 업체는 가정으로 들어가는 100mm 경질 플라스틱 관로 2천400여개를 설치했으나 설계에는 6천800여개로 부풀였다.
설계와 비교해 실제 공사에 쓰인 관로는 3분의 1 수준이었지만 순천시는 설계대로 공사비를 89억9천만원으로 책정해 자재 비용으로 무려 10억원을 업체에 더 지급했다.
공법을 무단으로 변경한 사례도 있었다.
하수관로 정비공사에 나선 A건설은 땅을 파지 않고 관을 보수하는 '비굴착공법'을 도입하면서 순천시에 승인을 받지 않고 공법을 바꿨다.
순천시는 공법을 무단으로 변경하면서 특정 업체가 수억원의 이득을 봤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업체는 비굴착공법으로 보수작업을 하면서 30억원을 제시했다.
순천시는 이처럼 설계를 멋대로 변경하거나 자격이 없는 업체가 시공하는 등 4개 사업에서 9건을 적발하고 18억원을 회수할 것을 업체에 통보했다.
수사 결과에 따라 담당 공무원 10여명도 징계 조치하기로 했다.
2015년 시작한 순천시 하수관로 정비공사는 2020년까지 700억원이 투입된다.
전체 관로 길이는 272.6km이며 이 가운데 114.5km를 깔아 42%의 공정률을 보인다.
순천시 관계자는 "설계나 공법을 무단으로 변경하면서 이득을 챙겼을 가능성이 있어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수사를 의뢰했다"며 "공무원이 암묵적으로 동의하거나 묵인했을 가능성도 있어 수사 결과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minu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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