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9일 공개변론…"널리 의견 수렴할 필요"
(수원=연합뉴스) 최종호 기자 = A(64) 씨는 가사도우미 일을 하던 지난 2013년 경기도 군포시의 한 도로에서 차에 치여 오른쪽 발이 골절되는 사고를 당했다.
이후 사고 차량 운전자의 보험회사와 치료비 등을 두고 벌어진 소송에서 A 씨는 사고를 당하지 않았다면 계속 가사도우미 일을 할 수 있었다며 사고로 인해 일을 쉬게 돼 벌지 못한 돈을 보험사가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6년 12월 수원지법 민사항소5부(이종광 부장판사)는 A 씨의 손을 들어줬고 이 판결은 20년 넘게 유지되던 대법원의 기존 판례를 뛰어넘은 사례로 기록됐다.
대법원은 1989년 12월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육체노동자의 노동이 가능한 한계 나이를 뜻하는 '가동 연한'을 60세로 봐왔는데 이와 달리 이 사건 재판부는 만 60세가 넘은 시점에 사고를 당했지만, 더 일할 수 있었다는 A 씨 주장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당시 재판부는 "전체 인구의 평균수명과 고령 인구의 경제활동 참여율 및 고용률이 급격히 증가했고 이러한 경향은 가동 연한에 대한 판례와 괴리가 있다"고 판결 이유와 함께 새로운 가동 연한의 확립 필요성을 설명했다.
올해 5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7부(김은성 부장판사)도 이와 비슷한 판결을 했다.
교통사고 피해자 B 씨가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재판부는 가동 연한을 60세로 보고 배상금을 산정한 1심과 달리 가동 연한을 65세로 판단하고 배상금을 산정,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측에 차액에 해당하는 금액을 추가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반면 대법원의 판례를 따라 가동 연한을 기존대로 60세로 본 판결도 나오고 있어 재판 당사자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지난 1일 수원지법 민사항소5부(최창석 부장판사)는 차량정비소를 찾아 자신이 맡긴 차량의 수리 과정을 지켜보다가 날아온 부품에 맞아 시력장애를 입은 C 씨가 정비소 운영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가동 연한을 60세로 판단했다.
C 씨는 "사고 이전까지 건설기계운전업에 무리 없이 종사해 온 신체 건강한 장년의 남성이었으므로 가동 연한을 65세로 보고 배상액을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노동을 주로 하는 자의 가동 연한은 경험칙상 만 60세이고 다만 연령, 직업, 경력, 건강 상태 등 구체적 사정을 고려해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만 60세를 넘어서도 인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1997년 판례를 근거로 "원고에게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처럼 가동 연한을 두고 재판부에 따라 서로 다른 판결이 나오는 가운데 대법원은 오는 29일 이와 관련한 공개변론을 열기로 해 가동 연한이 상향 조정될지 관심이 쏠린다. 공개변론은 1심과 2심을 거치며 가동 연한에 대해 엇갈린 판단이 나온 2건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대법원은 "상반된 견해의 대립이 예상되므로 관련 전문가에 의한 진단과 분석, 일반 국민 의견 등을 포함해 널리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고 공개변론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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