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성과 지도력, 국제경험 갖춰 1순위로 전임감독 발탁
아시안게임 금메달, 병역특례 역풍…국정감사서 "사퇴하라" 요구받아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한국 첫 야구 국가대표팀 전임감독 선동열(55) 감독이 16개월의 짧은 임기를 뒤로하고 사령탑에서 내려온다.
선 감독은 14일 서울 KBO 7층 기자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7월 24일 이 자리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초 선 감독의 임기는 2020 도쿄올림픽까지였지만, 임기를 절반만 채우고 불명예 중도 사퇴의 길을 걸었다.
현역 시절 한국프로야구에서 146승 40패 132세이브 평균자책점 1.20의 눈부신 성적을 남긴 '국보 투수' 선 감독이 각종 국제대회 일정을 장기적으로 총괄할 초대 전임감독에 오를 때까지만 해도 야구 대표팀 미래는 장밋빛이었다.
선 감독은 감독직을 수락하면서 "임기 중에는 2020 도쿄 올림픽만 바라보겠다"고 약속했다.
2017 24세 이하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19 프리미어12, 2020 도쿄올림픽에서 야구 대표팀을 이끄는 게 선 감독의 역할이었다.
이 기간 다른 프로야구 구단에 속하지 않으면서 국제대회만 연속적으로 지휘할 '전임 감독'이 탄생한 것이다.
선 감독은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감독으로 2005·2006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고,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15년 프리미어 12, 2017년 WBC에서 투수 코치로 일하며 국제대회 경험도 쌓았다.
선 감독이 지난해 11월 APBC에서 대표팀 감독 데뷔전을 치를 때도 평가가 나쁘지 않았다.
당시 선 감독은 이정후(넥센), 임기영(KIA), 박민우(NC) 등 프로야구 유망주 선수들을 데리고 일본에 이어 2위에 오르며 2020 도쿄 올림픽 희망을 키웠다.
그러나 국가대표 감독 부임 후 두 번째 국제대회인 올해 8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신뢰도가 추락했다.
대표팀을 구성할 때 병역 회피 논란을 일으킨 선수들을 발탁하면서 비판을 받았다.
대표팀은 우여곡절 끝에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선 감독이 국가대표 지도자로 거둔 첫 우승이다.
하지만 병역 특례 논란이 커진 상태여서 선 감독과 선수들은 웃지 못했다.
선 감독은 이 일로 지난달 10일 국정감사 자리에도 증인으로 불려갔다.
선 감독은 야구 대표팀 병역 논란에 홀로 맞서는 신세가 됐다.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선 감독에게 "사과하시든지, 사퇴하시든지 하라. 선 감독 때문에 프로야구 관객이 20%나 줄었다"며 다그쳤다.
이 자리에서 선 감독은 연봉은 많이 받으면서 TV 시청으로 근무하는 편한 자리를 꿰찬 적폐 세력으로 몰리기까지 했다.
정운찬 KBO 총재도 이후 지난달 23일 국정감사에 출석, 전임감독제에 대해 "국제대회가 잦지 않거나 대표 상비군이 없다면 전임감독은 필요치 않다"고 말하며 선 감독에게 힘을 실어주지 못했다.
이후 정 총재는 선 감독을 만나 "국가대표팀 감독으로서 변함없이 신뢰한다"는 의사를 전했지만, 선 감독의 마음은 이미 돌아선 이후였다.
선 감독은 사퇴 기자회견문에서 "국정감사에서 들은 '그 우승이(아시안게임 금메달이) 그렇게 어려웠다고 생각지 않는다'는 말이 사퇴 결심을 확고히 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선 감독은 16개월 동안 2017 APBC 준우승,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 기록을 남기고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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