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경 작가 "지금 이곳의 일 쉼 없이 써나가겠다"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연합뉴스와 수림문화재단이 공동 제정한 올해 제6회 수림문학상 시상식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수송동 연합뉴스 본사에서 열렸다.
조성부 연합뉴스 사장과 유진룡 수림문화재단 이사장은 장편소설 '콜센터'로 수상의 영예를 안은 김의경(40) 작가에게 당선 증서와 상패를 수여했다.
'콜센터'는 피자 배달 주문 전화를 받는 콜센터를 배경으로 20대 젊은이들의 꿈과 좌절, 우정과 사랑 이야기 속에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갑질'과 을의 위치에 있는 이들의 '감정노동' 실태를 생생하게 그렸다. 작가가 실제로 콜센터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했다.
김의경 작가는 "4∼5년 전에 피자 프랜차이즈 콜센터에서 상담사로 일했다. 당시 한 동료가 블랙컨슈머는 우리를 로봇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해서 저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세상에 로봇의 감정을 상하게 하기 위해 그렇게 애쓰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자신과 같은 영혼과 감정을 가진 인간임을 분명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 소설 속에서 등장인물들이 복수하도록 만들었는데, 그 장면에서 더 큰 불쾌감과 슬픔을 맛보게 됐다. 18일부터 감정노동자보호법이 시행되는데, 이 소설이 감정노동자들의 노고를 돌아보는 데 조금이나마 일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성석제 선생님이 책 추천사를 써주셨는데, 15년 전 저는 성석제 선생님 소설을 읽으며 잠들곤 했다. 그리고 언젠가는 독자들의 밤잠을 설치게 하는 작가가 되겠다고 결심했다"며 "내 소설 '콜센터'를 읽으며 많은 독자가 밤잠을 설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블랙컨슈머들이 읽는다면 '콜센터 상담사가 복수하면 어쩌나' 두려움에 잠시나마 떨기를 바란다. 앞으로도 지금껏 그래왔듯 지금 이곳의 일을 쉼 없이 써나가겠다"고 밝혔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윤후명 작가는 격려사로 "문학이 왜 이렇게 침체됐느냐 하는 것은 뻔한 얘기다. 돈이 안 돼서다. 이 돈이라는 것을 어떻게 할 수 없어서 악전고투하고 있는 것"이라며 "죽을 때까지 이걸 붙들고 있으라고 얘기하는 이 자리가 괴롭지만, 당선자에게 축하드리면서 언제까지나 죽을 때까지 우리 같이 해보자, 이렇게밖에는 할 말이 없다. 우리 같이 나아가자, 죽을 때까지 한 글자라도 한국문학에 바치자"라고 말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연합뉴스와 수림문화재단 임직원, 심사위원인 강영숙 작가, 정홍수 문학평론가, 제4회 수림문학상 수상자인 김혜나 작가('나의 골드스타 전화기')와 제5회 수상자인 이진 작가('기타 부기 셔플') 등이 참석해 김의경 작가의 수상을 축하했다.
1978년 서울에서 태어난 김의경 작가는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2014년 한경 청년신춘문예에 자전적 장편소설 '청춘파산'이 당선돼 등단했다. 이후 꾸준히 소설을 썼으며, 이케아 매장을 배경으로 집과 공간에 관해 쓴 소설집 '쇼룸'을 최근 펴내 호평받았다.
수림문학상은 한국 순수문학의 새로운 동력을 발굴한다는 취지로 2013년 제정돼 신인작가나 등단 10년이 되지 않은 기성작가의 미발표 장편소설을 공모한다. 상금은 5천만원이다.
'콜센터'는 연합뉴스의 출판 전용 브랜드인 '광화문글방'에서 14일 출간됐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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