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의회, 새 총리 불신임안 가결…정국혼란 격화(종합)

입력 2018-11-14 18:08  

스리랑카 의회, 새 총리 불신임안 가결…정국혼란 격화(종합)
후임 총리 인선 시기 불투명…권력 공백 발생 가능성
정국혼란·외국자본 유출에 스리랑카 중앙은행, 금리 깜짝 인상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스리랑카 의회가 지난달 대통령이 선임한 새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을 가결했다.
14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스리랑카 의회는 이날 마힌다 라자팍사 신임 총리에 대한 불신임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카루 자야수리야 의회 의장은 투표 전에 토론을 진행하려 했으나 라자팍사 총리를 지지하는 의원들이 의사봉을 빼앗으려 드는 등 소란을 일으키자 이를 생략하고 구두 표결을 진행했다.
의원 대다수는 불신임 결의에 찬성했다. 라자팍사 총리는 표결이 시작되기 직전 퇴장했다.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스리랑카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자신과 정치적으로 대립해 온 라닐 위크레메싱게 총리를 전격 해임하고, 라자팍사 전 대통령을 새 총리로 임명했다.
그러나 위크레메싱게는 2015년 개헌으로 대통령의 총리 해임권이 없어졌다면서 해임에 불복하고 의회에서 투표를 통해 '진짜 총리'를 가리자고 주장해 왔다.
시리세나 대통령은 라자팍사 전 대통령이 의회 과반 지지를 얻지 못할 상황이 되자 지난 9일 의회 해산령을 내렸지만, 대법원이 이에 제동을 걸면서 표결이 성사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라자팍사는 취임 후 3주일도 되지 않아 총리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하지만 위크레메싱게가 총리직에 다시 오를지는 불투명한 실정이다.
위크레메싱게는 원내 최대 정당인 통합국민당(UNP)을 이끌고 있지만, 차기 총리를 선임하는 권한은 대통령에게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라자팍사 지지자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 등을 고려할 때 권력공백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실제 라자팍사 전 대통령의 아들인 나말 라자팍사 의원은 이런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라자팍사 전 대통령이 총리로서 업무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해임 이후 총리 관저에서 농성해온 위크레메싱게는 "(불신임안 가결은) 국민을 위한 승리"라면서 정부 당국자들이 더는 라자팍사가 이끄는 "자칭 정부"의 지시를 따라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날 스리랑카 의회는 시리세나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하고 내년 1월 5일 조기총선을 실시한다고 밝힌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결의안도 함께 채택했다.
의회는 결의안 처리 직후 휴정을 선언하고 15일 회의를 속개하기로 했다.



국제사회는 총리 불신임안 가결로 스리랑카의 정국혼란이 마무리될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중국과 국경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어온 이웃 나라 인도는 친중(親中) 성향인 라자팍사 전 대통령의 낙마를 내심 환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부터 10년간 스리랑카를 통치했던 라자팍사 전 대통령은 중국에서 대규모 차관을 빌려 함반토타 항(港)을 건설하는 등 재임 기간 중국과 친밀한 행보를 보였다.
그런 그가 총리로 임명되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27일 주스리랑카 중국 대사를 통해 총리 취임을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바 있다.
한편, 스리랑카 중앙은행은 이날 대출지원창구(SLF) 금리를 9.00%로 0.50%포인트 올리고, 예금창구(SDF) 금리는 8.00%로 0.75%포인트 깜짝 인상했다.
이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 금융불안과 정국혼란 장기화로 외국자본이 유출이 가속되는 상황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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