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러들 "찝찝해 매입 안 해"…중고차시장 하루종일 '어수선'
(서울·수원=연합뉴스) 최해민 최종호 권준우 기자 = 갑질 폭행과 엽기행각으로 공분을 사고 있는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구속되기 전 몰고 다니던 슈퍼카 등 고가의 수입차를 최근 중고차시장에 내놓은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범죄수익금으로 밝혀지면 몰수될 것을 우려해 고가의 차량을 미리 현금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의 한 중고차시장은 이날 오전부터 양 회장의 슈퍼카가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에 어수선했다.
딜러 A씨는 "최근 신차 가격이 7억원을 넘는 롤스로이스 팬텀 차량을 매입하겠느냐는 제의를 받았다"며 "차를 확인해 봤는데 상태는 좋았지만 양 회장 차라는 걸 알고는 매입하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그는 "범죄와 연관된 차량을 매입했다가 나중에 송사에 걸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찝찝했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올해 등록된 이 차량은 주행거리가 5천㎞밖에 되지 않는 신차급으로 전해졌다.
딜러 B씨도 "양 회장 차가 시장에 들어왔다는 소문이 돌자 차를 구경하러 다녀온 딜러들은 많았다"며 "하지만 섣불리 매입에 나서는 딜러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중고차시장에서는 양 회장의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로드스터가 심심찮게 목격되고 있다는 증언이 나온다.
딜러 C씨는 "며칠 전부터 휠 보수작업 등 상품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며 "이 차량은 신차 가격이 6억 5천만원 정도 하는데 중고차 가격도 4억원이 넘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일반 매물 목록에서 검색되지 않는 걸 보니 아직 딜러가 정해지진 않은 것 같다"며 "쉽게 매물로 나오지 않는 차종인 데다 색상도 특이해 딜러가 차를 매입하더라도 몇달 지난 뒤에나 내놓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외에도 양 회장은 회사나 지인 명의로 슈퍼카를 포함 차량 10여대를 몰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일 경찰에 체포되기 전 도피 생활을 할 때는 억대의 볼보 SUV를 타고 다니기도 했다.
정확하게 확인되진 않지만, 현재 중고차 시장에는 양 회장이 타던 다른 수입차들도 줄줄이 매물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양 회장이 아직 기소도 되기 전 고가의 차량을 처분하는 것을 놓고 범죄수익금으로 몰수될까 봐 현금화해 숨기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경기남부경찰청 한 관계자는 "웹하드 업체를 운영하면서 얻은 수익금에는 합법적인 돈과 불법적인 돈이 섞여 있다"며 "애초 차량을 구매한 돈이 범죄로 얻은 수익금이라는 사실을 밝혀야 해서 지금 현재로써는 차를 처분하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추후 수사가 마무리되고 나서 범죄수익금이라는 게 드러나면 차량은 몰수할 수 없지만, 매매대금을 추징할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양 회장이 과거 마늘밭 뭉칫돈 사례와 같이 차량 판매대금을 모처에 숨겨놓는다면 추후 추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2011년 전북 김제의 한 마늘밭에서는 도박 수익금 109억여원이 땅에 묻혀 있다가 발견되기도 했다.
검사 출신 변광호 변호사는 "범죄수익금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 현물은 형태가 있어서 몰수하기가 비교적 쉽다"며 "하지만 현금은 은닉하기 쉬우므로 추징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반면 궁지에 몰린 현 상황에서 해결책을 구하려고 현금화하는 것이란 분석도 있다.
변호사비 등 당장 현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를 회삿돈에서 끌어다 쓰면 횡령죄가 추가되므로 사치품부터 팔아치우는 것이란 설명이다.
한 현직 검사는 "지금 양 회장과 비슷한 상황에 부닥친 대부분의 범죄자가 일반적으로 고가의 차량부터 팔아치워 현금을 마련한다"며 "양 회장의 경우는 횡령 혐의도 받고 있어 추후 양형에 반영되도록 차 판매대금으로 횡령액을 메우려 하는 걸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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