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지진대비 '예비문항' 출제…출제위원 합숙기간도 열흘 이상 늘어
(세종=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1994학년도에 도입돼 만 25살을 맞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지난해 발생한 포항 지진의 여파로 올해 적지 않은 변화를 겪었다.
출제위원의 합숙 기간이 열흘 이상 늘고 관련 예산도 최대 규모로 증가하는 등 다양한 신기록을 세웠다.
15일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등에 따르면 이날 2019학년도 수능 마지막 시험영역이 끝남과 동시에 출제위원들은 역대 최장 '감금 생활'에 마침표를 찍게 된다.
수능 출제위원들은 통상 5주일 안팎 합숙하면서 문제를 만들고 검토한다.
합숙 기간에는 외출하거나 휴대전화, 이메일처럼 외부와 연락할 수 있는 통신수단을 사용하는 게 금지된다. 인터넷 검색도 보안요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문제와 관련된 내용만 찾아볼 수 있다.
음식물 쓰레기조차 보안요원의 '점검'을 거친다.
출제위원들은 이처럼 삼엄한 분위기에서 문제를 만들고, 반복되는 토론을 거쳐 수능 시험지에 들어갈 문제를 뽑는다.
입시 서적·기출문제지·교과서·참고서 등을 샅샅이 뒤져 기존에 너무 흡사한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확인한다.
창의적이고 변별력 있는 문제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 토론 과정에서 자신의 문제가 채택되지 않아 받는 자괴감, 자신이 낸 문제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두려움 등이 큰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지난해에는 34일 일정으로 합숙에 들어갔다가 지진으로 수능 자체가 일주일 연기되면서 출제위원들도 졸지에 일주일간 더 합숙을 하는 신세가 됐다.
올해는 아예 합숙 기간이 46일로 길어지면서 최장 기록을 갈아치웠다.
수능 당일 지진이 날 경우에 대비해 올해부터 '예비문항'을 만들기로 하면서 출제에 시간이 더 필요했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갑자기 합숙이 연장돼 애를 먹었다"며 "올해는 아예 합숙기간을 늘렸고, 출제위원들이 작성하는 계약서에 수능 당일 지진이 나면 합숙이 일주일 연장될 수 있다는 점도 적었다"고 전했다.
출제에 직접 관여하는 인력은 지난해와 비슷한 300명가량이 투입됐다.
검토인력과 보안요원, 음식·세탁 등을 담당하는 지원인력, 의료진, 출제가 끝난 뒤부터 합숙에 들어가는 문답지 인쇄 담당자 등을 합하면 700명 규모다.
투입된 인력은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출제 기간이 길어지면서 출제에 들어가는 예산도 지난해의 1.5배 수준으로 뛰었다.
지난해에는 156억원이 투입됐는데 올해는 이보다 89억원 늘어난 245억원을 쏟아부었다. 수능 25년 역사상 가장 큰 금액이다.
지진이 나지 않는다면 예비문항으로 만들어 놓은 문제들은 내년도에 치러질 2020학년도 수능 모의평가에 쓰일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능에 출제하기 위해 만든 양질의 문제인 만큼 모의평가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늘 수능…전국 1천190개 시험장서 59만5천명 응시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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