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동아프리카 화해 분위기 반영…약 10년 만에 무기금수·여행금지 등 해제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14일(현지시간) 아프리카 북동부 에리트레아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안보리는 에리트레아를 대상으로 한 무기금수, 여행금지, 자산동결 등의 제재를 해제하기로 했다.
또 에리트레아와 이웃 국가 지부티에 관계 정상화 및 국경분쟁 종식을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하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이에 관한 진행 상황을 내년 2월 15일, 그리고 이후 6개월마다 안보리에 보고하도록 했다.
앞서 유엔은 2009년 국제테러단체 알카에다와 연계된 이슬람 반군 알샤바브 지원에 대한 책임을 물어 에리트레아에 제재를 부과했다.
약 10년 만에 이를 벗어나게 된 것은 '아프리카의 뿔'로 불리는 아프리카 북동부에 불고 있는 평화의 바람 덕분이다. 에리트레아는 앙숙이었던 에티오피아, 지부티와 화해와 협력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에리트레아는 1998∼2000년 에티오피아와 국경전쟁을 치러 7만여명이 숨졌다. 그러다 올해 4월 에티오피아에서 개혁적 성향의 아비 아흐메드 총리 취임 이후 관계개선의 급물살을 탔다.
양국은 지난 7월 종전을 공식 선언하고 9월에는 평화협정을 맺었다.
에리트레아는 이어 국경 문제로 부딪쳤던 지부티와도 화해 행보에 나섰다.
두 나라는 국경 지역인 두메이라를 두고 대립하다 2008년 충돌했으며, 2010년 카타르의 중재로 평화협정을 맺었지만 긴장 관계를 유지해왔다.
결의안 초안을 작성한 영국의 캐런 피어스 유엔주재 대사는 이 결의안이 역내 평화와 안보 개선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이어 "해당 지역 국가들에 중요한 조치일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 적절한 조치가 이뤄진다면 제재는 해제될 수 있다는 유용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에리트레아에 대한 이번 조치가 역시 안보리 제재 대상인 북한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안보리는 현재 북한을 포함해 전세계 10여개 정권에 제재를 부과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북한'으로 불리는 에리트레아는 여러모로 북한과 비슷하다.
1993년 에티오피아에서 독립할 당시 집권한 이사이아스 아페웨르키 대통령이 철권을 유지하고 있는 독재국가다.
세계 최빈국 중 하나로 고립된 국민들은 가난에 신음하고 있다. 독립된 사법·입법부, 언론이 없고 선거도 치를 일이 없다. 국민들은 청소년기에 군대에 강제로 끌려가 무기한 복무를 해야 한다. 정부를 비판한 국민은 투옥되면 고문을 겪는 등 인권탄압으로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았다.
북한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유엔은 지난해 9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에리트레아 등 아프리카 11개국이 북한과 긴밀한 군사적 협력 관계를 추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카렐 반 오스테롬 네덜란드 유엔주재 대사는 이번 제재해제와 관련, 안보리가 에리트레아에 인권상황 개선을 위한 좋은 기반을 제공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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