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감 기관인 하수도과 감사 시작되자 업체에 공문 보내…'감사 방해'
경찰, 하수도 비리 의혹 내사 착수
(순천=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비리로 얼룩진 전남 순천시의 하수도 공사에서 담당 공무원이 업체에 공문을 보내 감사과에 자료를 주지 말 것을 통보하는 등 비리를 은폐하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15일 순천시에 따르면 감사과는 지난 9월 초 하수도과에 9월 20일부터 10월 10일까지 하수도정비 특별감사를 한다고 통보했다.
하수도과는 9월 14일 관련 업체에 보낸 '하수도 공사 순천시 자체 감사 실시 알림' 공문에서 협조 사항에 '감사과 직접 상대 및 자료 제공 금지'라고 적었다.
이어 '공사 관리관 입회와 승인 후에 자료를 보내고 공사 관리관 외 현장 사무실 방문을 금지할 것'도 알렸다.
감사과는 하수도과의 공문이 사실상 감사를 방해하려 한 의도가 있다고 보고 부시장과 시장에게 보고했다.
순천시는 이들 공무원의 행위가 문제가 있다고 보고 9월 18일 하수도과장과 하수시설팀장을 다른 부서로 인사 조처했다.
감사과 관계자는 "감사를 시작하기 전 준비 기간이 필요해 일정을 하수도과에 알려줬는데, 문제의 공문이 전달된 것을 확인했다"며 "감사를 방해하려 한 의도가 있다고 보여 곧바로 조치했고 정상적으로 감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당시 하수도과에 근무했던 공무원은 "감사가 곧 시작되니 현장 관리를 잘 하라는 의미로 공문을 보냈다"며 "감사에 잘 협조하라는 의미에서 협조 사항을 보냈는데 와전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한편, 경찰은 순천시로부터 하수도과에 대한 감사 자료를 받아 검토하는 등 내사에 착수했다.
공사비를 부풀려 10억원을 더 업체에 지급한 것은 배임이나 횡령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관련 공무원과 업체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공법을 멋대로 바꾸고 하도급 업체를 임의로 변경한 의혹에 대해서도 확인할 계획이다.
하수도사업 특별감사 결과 한 업체는 가정으로 들어가는 100mm 경질 플라스틱 관로 2천400여개를 설치했으나 설계에는 6천800여개로 부풀려 자재 비용으로 10억원을 더 지급됐다.
하수관로 정비공사에 나선 A건설은 땅을 파지 않고 관을 보수하는 '비굴착공법'을 도입하면서 순천시에 승인을 받지 않고 공법을 바꿨다.
순천시는 공법을 무단으로 변경하면서 특정 업체가 수억원의 이득을 봤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15년 시작한 순천시 하수관로 정비공사는 2020년까지 700억원이 투입된다.
전체 관로 길이는 272.6km이며 이 가운데 114.5km를 깔아 42%의 공정률을 보인다.
minu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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