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문건에 삼바·미래전략실 논의 정황
삼바 재무제표 수정 시 삼성물산 영향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 =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삼성물산[028260]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 적정성이 중점 심의 사항은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참여연대 등은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의 분식회계가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진행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합리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이 증선위에 증거물로 제출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내부문건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간의 논의 정황이 포함돼 있어서 금융감독원이 감리에 착수해 관련 의혹 규명에 나설지 주목된다.
1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증선위는 그동안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보유 주식을 공정가치로 평가해 차익을 인식한 것에 초점을 맞춰 심의를 벌였다.
그 결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단독지배 회사에서 공동지배 회사로 변경할 이유가 없다고 보고 고의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2년 설립 당시부터 공동지배 회사여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나중에 이를 인지했다면 재무제표를 수정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고 오히려 2015년 회계기준을 바꿔 적자회사에서 흑자회사로 변모한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 합작회사인 미국 바이오젠과 맺은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 부채를 고려하면 자본잠식이 될 것을 우려해 비정상적인 대안을 모색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그러나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가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작업과 연관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별도로 검토하거나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증선위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해서도 내용을 살펴보긴 했지만 합병비율 적정성 등을 검토해 판단을 내리진 않았다"며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자회사인지 관계회사인지를 중점적으로 판단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때 이번 증선위 심의의 핵심 사항인 '공정가치' 평가가 있긴 했지만 당시에는 합병이라는 사유가 발생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쪽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공정가치 평가 시 그 가격을 어느 정도로 책정했느냐를 두고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봤다.
2015년 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변경에 앞서 그해 7월 있었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를 통해 기업가치를 부풀려 모회사였던 제일모직과 제일모직의 최대주주인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도록 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최근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재경팀이 작성한 내부문건이 공개돼 의혹은 더욱 확산하고 있다. 이 문건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과 회계처리기준 변경에 대해 상의한 내용이 담겨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가치 부풀리기가 그룹 차원의 전략으로 논의됐을 가능성이 있어 주목되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서는 금감원의 삼성물산 감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참여연대가 전날 논평을 통해 "의혹을 투명하게 해소하기 위해서는 금감원의 삼성물산에 대한 조속한 감리 착수가 시급하다"고 강조한 데 이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금융당국은 삼성물산을 특별감리하고 검찰 조사에 최대한 협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내부문건을 공개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도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 내부문서를 통해 삼성물산의 합병 회계처리에 문제가 있었음이 드러난 이상 증선위는 금감원에 삼성물산 감리에 즉시 착수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김용범 증선위원장은 전날 가진 기자회견에서 "삼성물산 감리 필요성 여부는 신중하게 따로 검토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금융당국과 별도로 검찰은 증선위 고발 건 등을 수사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2016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 배임과 주가조작 혐의로 이재용 부회장 등 총수 일가와 옛 삼성물산 경영진 등을 고발하기도 했다.
박용진 "고의 분식회계는 범죄행위…삼성물산 특별 감리 착수해야"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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