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1956년 소·일 공동선언 이행 상당한 검토 필요"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내년 1월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양국 간 영유권 분쟁이 있는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 문제와 평화조약 체결 논의를 본격화할 방침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이 15일 전했다.
아베 총리는 내년 1월 스위스에서 열리는 국제회의 참석 길에 러시아를 방문할 예정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 14일 싱가포르에서 푸틴 대통령과 만난 데 이어 오는 30일부터 이틀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도 회담할 예정이다.
또 내년 6월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기간에도 러일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두 정상은 전날 열린 정상회담에서 1956년 이뤄진 '소·일 공동선언'에 기초해 평화조약 체결을 가속하기로 합의했다.
이와 관련,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과 아베 총리 간 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두 정상이 싱가포르 회담에서 '소·일 공동선언'에 기초해 평화조약 체결 협상을 활성화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러시아와 일본은 1956년 국교 회복과 함께 발표한 소·일 공동선언에서 소련이 평화조약 체결 후 쿠릴 2개 섬을 일본에 양도할 준비가 돼 있다고 합의한 바 있다.
페스코프 대변인의 이날 발언은 러시아가 평화조약 체결과 쿠릴 2개 섬 일본 반환 문제를 연계해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하루 뒤인 15일 싱가포르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어제 실제로 (러-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는 1956년 선언에 기초한 이 문제(평화조약 문제) 논의로 복귀할 준비가 돼 있었다"며 "하지만 선언문 내용이 아주 명백하지 않기 때문에 이는 추가적인 상당한 검토를 필요로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언문에는 단순히 소련이 2개 섬을 양도할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돼 있을 뿐 어떤 근거로 누구의 영유권 하로 들어갈지는 언급돼 있지 않다"면서 "이는 상당한 검토를 필요로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공동선언은 평화조약 체결 후에 러시아가 실효지배하고 있는 쿠릴 4개섬 가운데 시코탄(色丹), 하보마이(齒舞)를 일본에 인도한다는 내용이지만 양측 모두 4개섬이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면서 지금까지 이행되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싱가포르 정상회담에 이어 잇따라 열리는 회담에서 2개 섬 반환 및 평화조약 체결 문제를 깊이 있게 논의할 방침이다.
아베 총리가 "4개 섬을 일괄해서 반환받아야 한다"는 일본 내 여론이 강함에도 2개 섬 우선 반환 방침을 정하고 협상에 나서는 것은 내년 여름 참의원 선거에 앞서 북방영토 일부 반환이라는 실적을 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2개 섬을 우선 반환받은 뒤 나머지 2개 섬의 반환도 지속해서 추진하겠다는 생각이지만, 러시아 내에서는 2개 섬 반환 자체에도 반대 여론이 강해서 협상이 순조롭게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시코탄, 하보마이는 물론 에토로후(拓捉), 구나시리(國後)도 포함한) 4개 섬 일본 귀속 문제를 해결하고 평화조약을 체결한다는 일본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choina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