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서 '고려왕릉의 조영과 관리' 학술회의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고려왕릉을 봉분 크기로 분석하면 네 시기로 구분되고, 이 가운데 강화도에 수도를 둔 강도(江都) 시기 무덤은 유난히 작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권두규 동국문화재연구원 이사장은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 인천시립박물관, 한국중세고고학회가 16일 박물관 석남홀에서 여는 '고려왕릉의 조영과 관리' 학술회의에서 고려왕릉의 봉분 크기와 형태에 대해 발표한다.
15일 배포된 발제문에 따르면 권 이사장은 "고려왕릉은 봉분 크기가 같은 것이 거의 없고, 왕에 따라 다르다"며 "지름은 공민왕 현릉(玄陵)이 13.7m로 가장 큰데, 고려시대에 예외적으로 생전에 조성한 무덤인 수릉(壽陵)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1대 태조(재위 918∼943)부터 제8대 현종(재위 1009∼1031)까지를 1기로 규정한 뒤 "대부분의 능 지름이 10m로, 재위 왕이나 추존 왕도 크기가 같다"며 "태조 현릉(顯陵)만 12.8m로 예외적으로 크고, 병풍석과 난간석 사이에 얇은 돌인 박석을 깔았다"고 밝혔다.
봉분 크기로 분류한 고려왕릉 2기는 제11대 문종(재위 1046∼1083)부터 제20대 신종(재위 1197∼1204)까지다.
권 이사장은 "현종부터 왕이 왕후와 합장하던 것이 단독장으로 바뀌었다"며 "봉분 직경도 8m로 줄었는데, 무신 집권기에도 이 규모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고려왕릉이 가장 작아진 시기는 강화 천도를 단행한 3기다. 강화도에는 제21대 희종(재위 1204∼1211) 석릉(碩陵)과 제23대 고종(재위 1213∼1259) 홍릉(洪陵)이 있다.
두 왕릉에 대해 권 이사장은 "봉분 지름이 3.7m로 작을 뿐만 아니라 3단 병풍석이 1단 장대석으로 축소됐다"며 "피란기의 경제적 사항을 고려해 크기를 대폭 줄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4기는 원종(재위 1259∼1274) 이후로, 봉분 지름이 다시 10m 안팎으로 증가한다. 이 같은 변화는 기존 장례문화에서 탈피한 결과물로 보이지만,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다고 권 이사장은 지적했다.
이어 "폐위된 왕과 왕후 무덤은 당대 왕릉 크기의 70% 수준"이라며 "무덤 주인을 파악하지 못한 작은 고려왕릉은 폐위된 왕과 왕후의 능일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술대회에서는 이외에도 강화 고려왕릉 특징과 무덤 주인 추론, 고고학으로 본 고려왕릉과 중국왕릉, 고려왕릉의 조선시대 보존과 관리 등에 대한 주제 발표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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