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노-리옹 고속철도 백지화 검토하는 집권 '오성운동'에 경고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집권당 '오성운동'이 이탈리아 북서부 토리노와 프랑스 남부 리옹을 잇는 고속철도(TAV)의 건설을 재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이 공사가 지연되면 보조금을 삭감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15일(현지시간) 일간 '일 솔레 24'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14일 "모든 관계자들이 정해진 공사 기한에 맞춰 TAV를 완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공사가 늦춰질 경우 EU 보조금이 깎일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EU 집행위의 관계자는 "TAV는 이탈리아와 프랑스뿐 아니라, EU 전체에 있어 중요한 사업"이라며 공사를 원래대로 진행할 것을 주문했다. 약 20년 전 처음 구상된 TAV의 완공은 2025년으로 예정돼 있다.
EU 집행위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 12일 다닐로 토니넬리 이탈리아 교통장관이 프랑스 교통장관을 만나 TAV의 비용편익 효과에 대한 이탈리아 측의 재분석이 이뤄질 때까지 공사를 보류해야 한다고 말한 이후 나온 것이다.
토니넬리 장관이 속한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은 TAV의 환경 파괴 가능성 등을 우려하며 TAV 백지화를 지난 3월 총선 때 공약으로 내걸었고, 지난 6월 극우정당 '동맹'과 손을 잡고 연정을 구성한 이후 TAV의 사회·경제적 효과 재분석에 들어갔다.
토리노와 리옹을 연결하는 270㎞ 구간의 TAV가 완공되면 현재 4시간 걸리는 두 도시 간의 통행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 물류·관광 산업 등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환경 단체들의 입김이 강한 오성운동은 알프스 산맥 약 60㎞를 관통하는 터널 공사를 수반하는 TAV가 지역 환경을 위협하고, 공공 재원 낭비로 이어진다고 주장하며 TAV의 백지화를 추진하고 있다.
반면, 오성운동의 연정 파트너인 '동맹'과 야당들은 TAV가 이탈리아의 경제발전을 촉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사업 중단 시 이미 일부 지원금을 투입한 EU와 프랑스에 거액을 배상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들어 공사가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총 260억 유로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TAV는 EU가 공사비의 40%를 지원하고,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각각 35%와 25%를 분담한다. EU는 공사가 차질 없이 진행될 경우 EU의 지원을 전체 공사비의 50%까지 늘릴 수 있다고 당근책을 제시한 상황이다.
한편, 토리노가 속한 피에몬테 주 상공회의소의 파비오 라바넬리 회장은 "토리노-리옹 고속철도는 이탈리아 전체 수출 물동량 수송의 20%를 담당하는 중요한 사업"이라며 공사를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을 촉구했다.
오성운동이 장악하고 있는 토리노 시 정부의 공사 보류 결정에 맞서 이 문제를 주민투표에 부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세르지오 참파리노 피에몬테 주지사는 "중앙 정부가 TAV 건설을 철회하기로 결정한다면, 피에몬테 주가 다른 지역과 협력해 공사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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