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차 충전소 폭발위험'은 편견…석유 기반 연료보다 안전할 수도
수소차 생산능력 확보도 과제…생산공장 증설·협력업체 지원 필요
(창원=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수소충전소가 설립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시민들로부터 어떠한 불만도 제기되지 않았고, 충전소와 관련된 사고도 전혀 없었습니다."
10월 프랑스를 방문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수소전기차 시승 일정 당시 도심 충전소 설치에 대한 여론을 묻자 브노아 포띠에 에어리퀴드사 회장이 한 대답이다.
수소연료전지 전기차(FCEV·Fuel Cell Electric Vehicle)를 줄여 말하는 수소전기차는 '자동차 산업의 미래', '차세대 또는 궁극의 친환경차'로 불린다.
그러나 현재 전국에 운영 중인 수소충전소는 13곳으로 이 중 일반인이 이용 가능한 충전소는 9곳에 불과하다.
1회 충전 주행거리 600㎞에 이르는 현대 '넥쏘'가 많은 관심을 끌고 토요타도 '미라이'를 출시하며 수소차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으나 상용화에 필수인 전용 충전소는 수천 기가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다.
폭발위험이 있다는 잘못된 인식과 비싼 설치 비용 등이 수소충전소 확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우선 제대로 된 수소충전소 1기를 설치하는 데 30억∼35억원이 들 정도로 비싼 비용이 넘어야 할 과제다.
또 연료주입 시간만 5분이 걸려 차가 몰리면 자칫 길가에 길게 줄을 서야 할 상황도 발생할 수 있어 충분한 부지 확보도 필수다.
또 일반 주유소처럼 지하에 저장 탱크가 있는 게 아니라, 유조차처럼 생긴 '튜브 트레일러'가 수소를 실어 날라 충전해주는 게 일반적이라 관련 비용까지 부담해야 한다.
고압가스 안전관리법에 따르면 수소차 충전소에는 반드시 안전관리자가 있어야 하고 '셀프 충전'도 불가능하다.
3천㎥ 규모보다 큰 수소충전소의 경우 도시계획시설 결정 절차를 거쳐야 했기 때문에 행정절차만 최소 5개월에서 1년 가까이 소요돼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끊이질 않는다.
돈이 많이 들고 전문인력도 고용해야 하며 절차까지 번거로우니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지 않으면 수소충전소 보급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정부나 지자체가 짓는 수소차 충전소 외에 현재 민간이 주도하는 수소차 충전시설은 전무한 게 현실이다.
파리 시승식 현장에서 애로사항이 없느냐는 문 대통령 질문에 정진행 현대차 사장도 "충전소가 많이 있어야 하며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수소차 판매가 본격화했지만, 아직 수소충전소를 비롯한 인프라는 부족해 연구개발 부문과 함께 정부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유럽에서는 미래 수소 모빌리티로 보고 충전소를 먼저 깔고 있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수소충전소는 폭발위험이 있어 위험하다는 인식이 바뀌어야 원활한 충전소 확산이 가능하다.
최근 정부는 준주거·상업지역에도 충전소 설치를 허용하고 3천㎥ 초과 충전소도 도시계획시설 결정 없이 설치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꽁꽁 묶여있던 규제는 풀리는 추세다.
이에 발맞춰 서울은 2022년까지 수소차 3천대 보급·충전소 6곳 건립을 추진하는 등 전국 지자체도 앞다퉈 수소차 보급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수소는 폭발위험이 크다'는 인식 때문에 도심에 수소충전소를 설치하려 해도 주민 저항이 거세 외곽으로 밀려버리기 일쑤다.
'친환경 수소산업 특별시'를 선포하며 수소차 확대에 일찌감치 뛰어든 창원시만 하더라도 '왜 우리 동네에 위험시설이 들어오느냐'는 민원 때문에 창원테크노밸리, 한국전기연구원 등 접근성이 떨어지는 시 외곽에 충전소 2개를 설치했다.
창원시 교통물류과 하승우 팀장은 "수소는 일반적 인식과 다르게 불을 붙인다고 터지는 게 아니라 압축·보관하는 과정에서 너무 큰 압력을 가해 터지는 것"이라며 "터지지 않게 압축·보관하는 게 핵심인데 우리나라는 이 부분에 있어 선진국보다 기술력이 뛰어나 폭발위험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수소 자체는 가연성 가스가 맞지만, 밀도가 낮고 가벼운 기체라 낮은 농도에서 다루면 오히려 석유 기반 연료보다 더 안정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승우 팀장은 "충전소 확충 문제는 정부나 지자체 지원, 법률 개정으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지만 '수소차 충전소는 동네 주유소나 다름없다'는 인식전환이 선행하지 않으면 도심지나 인구 밀집지에 설치가 불가능하다"며 "정확한 정보 전달로 '수소차 충전소는 폭발위험이 있다'는 잘못된 인식부터 바뀌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수소차 관련 인프라가 충분히 확장된다 하더라도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할 생산능력 확보가 숙제로 남는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수소차는 현대 넥쏘가 유일해 넥쏘 판매량은 국내 수소차 보급과 직결된다.
창원만 하더라도 최근 수소차 113대 추가 보급 공고가 나자마자 마감이 끝났으며 이후에도 시민들로부터 수소차를 살 수 없느냐는 민원이 빗발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후 시는 환경부 등과 협의해 올 하반기에 113대를 추가로 보급하기로 결정했으며 이마저도 공고를 내자마자 마감됐다.
수소차 확산이 순조로우려면 보조금 확대 외에 연간 2천여대 수준인 생산물량도 더 늘어나야 한다.
현대차는 최근 충북 충주에 수소차 핵심부품 전담 생산공장을 신축, 연간 생산량 3천대를 확보할 계획이지만 향후 내수는 물론 유럽 수출 물량까지 고려하면 생산공장 증설 등 대책이 필요하다.
수소차 관련 한 전문가는 "수소차는 부품이 많이 필요해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선 이를 납품해줄 협력업체가 많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일반차 시장과 달리 협력업체 수가 턱없이 부족해 현대차도 백방으로 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소차 부품 협력업체가 증가할 수 있도록 관련 중소기업 연구·개발 비용을 정부나 지자체가 보조해줄 필요가 있다"며 "부품 만드는 곳이 적으면 생산속도도 그에 비례해 더딜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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