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운위 학부모 의견 묻는 문자 보내…학교 "사건 덮는 것 아냐"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교내 성폭력을 고발하는 '스쿨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폭로로 가해 교사 4명이 입건되자 학교 측이 학부모들의 선처를 부탁한 것으로 알려져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7일 인천시 중구 A 여자고등학교 등에 따르면 A 여고 학교운영위원회는 15일 오전 '검찰로 넘겨지는 교사는 네 분 정도인데 학생들과 학부모님들께서 이분들에 대한 배려와 선처를 해 주시면 감사하겠다는 학교 부탁이 있었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학부모들에게 보냈다.
이어 '그러나 이 사안은 진술한 학생들 의견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고소 취하 여부도 의견을 들어봐야 할 것 같아 확답은 드리지 않았다'며 '학부모님들께 의사는 전달하고 의견을 들어보겠노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학교 측이 가해 교사들에 대한 선처를 부탁해 이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 의견을 듣겠다는 취지다.
학교운영위가 문자 메시지를 발송한 날은 경찰이 관련 조사를 마무리하고 추행 및 모욕 혐의 등으로 A 여고의 스쿨 미투 가해 교사 4명을 입건한 시점과 맞물린다.
2개월 넘게 이어져 온 스쿨 미투 조사가 이제 막 마무리된 때에 학교 측이 이 같은 의사를 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A 여고 한 학부모는 "교사들이 잘못한 게 맞으면 그에 맞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문자를 받아 좀 황당했다"며 "학교 측이 이런 식으로 선처를 바라는 뜻을 밝히고 어정쩡하게 일을 마무리하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A 여고 측은 사건을 덮거나 축소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으며 일부러 경찰 수사가 마무리된 뒤 이 같은 의사를 조심스럽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또 학생 대표들의 건의에 따라 이달 말 학생·학부모·교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스쿨 미투 관련 대책 간담회를 열겠다는 방침이다. 간담회에서는 학교 정상화 대책과 교내 성폭력 재발 방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A 여고 관계자는 "경찰 수사가 마무리됐으니 혹시나 학부모님이 용납하실 부분이 있다면 그런 부분에서 배려와 선처를 부탁드린다는 의미였다"며 "사건을 축소하려는 게 아니고 수사 중에는 학부모님들을 만나는 것도 자제했다"고 설명했다.
cham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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