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빗소리가 들리죠? 선인장으로 만든 레인 스틱은 빗소리를 내요. 대나무로 만든 것은 폭우가 쏟아지는 소리를 내죠. 안에는 곡식이나 구슬이 들어있어요. 레인 스틱은 칠레의 민속악기인데 아이들 오줌 눌 때 옆에서 "쉬~"라고 하면 나오듯이 기우제 때 비가 내리길 기원하며 연주하는 거예요."
조윤석(63) 소리체험박물관 관장이 도구를 이용해 자연의 소리를 다양하게 들려준다. 안에 스프링이 달린 북을 치자 갑작스레 소나기라도 내리는 듯 천둥소리가 커다랗게 울려 퍼지고, 길쭉한 플라스틱 호스를 휘돌리자 시원한 바람 소리가 흘러나온다. 중국의 징인 탐탐과 팀파니의 소리도 천둥소리와 비슷하다.
소리체험박물관은 이렇듯 소리를 주제로 하는 박물관이다. 인천시립교향악단에서 7년,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에서 20여년간 바순을 연주하던 조 관장이 노후를 보내기 위해 2010년 문을 열었다. 조 관장은 '소리'라는 주제를 선택해 악기와 과학을 접목한 특별한 박물관을 만들어냈다.
◇ 박물관에서 만나는 '자연의 소리'
소리체험박물관은 크게 '자연의 소리' '소리과학관' '악기박물관' '축음기박물관'을 주제로 공간이 구성돼 있다.
'자연의 소리' 공간은 예전 방송국에서 사용하던 효과 악기로 하늘, 바다, 숲의 다양한 소리를 연주해 볼 수 있는 곳이다. 구슬이 들어있는 오션 드럼을 기울이면 파도 소리가 시원하게 들려오고, 소라껍데기에서는 바다의 소리가 흘러나온다. 서로 다른 길이의 플라스틱 파이프는 각기 다른 높이의 바다 소리를 낸다. 숲이나 계곡에서 들을 수 있는 두꺼비, 개구리, 귀뚜라미, 딱따구리의 소리를 내는 도구들도 있다. 각 도구가 있는 벽면에는 체험방법과 치유 효과를 설명하는 안내판, 소리에 맞는 사진을 배치했다.
조 관장은 "이런 자연의 소리는 몸과 마음을 치유 효과가 있어 음악치료에 많이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맞은편에는 엿장수 가위, 두부 장수의 종, 법정에서 판결 때 사용하는 봉이 전시돼 있고 기원전 500년경의 중국 용종(龍鍾) 복제품도 볼 수 있다. 안쪽에서 치는 서양종과 바깥쪽에서 치는 동양종도 비교해 전시했다.
'소리과학관'에서는 소리의 원리, 과학 지식을 이용한 악기의 제작과 발달사를 엿볼 수 있다. 귀 모양의 각종 도구로 소리를 증폭시키는 체험을 하고, 귀에 있는 이소골과 고막의 모양과 원리를 이용한 축음기에 대해서 배울 수 있다. 호스 양 끝에 고깔을 붙인 호스 전화기를 이용해 소리를 전달해볼 수도 있다.
오르골을 탁자에 대고 연주할 때 탁자 먼 곳에 귀를 갖다 대면 소리가 크게 들리는 소리 전달 실험도 흥미롭다. 과학의 원리를 적용해 음의 높이를 만들어내는 피타고라스의 기타를 연주해 보고, 다양한 길이의 실에 물체를 매달아 놓고 흔들면 실의 길이가 같은 물체만 흔들리는 공명 현상 실험도 할 수 있다.
조 관장은 "공명 현상 실험에서는 인간관계에서 소통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다"며 "부모와 자식, 부부간에 서로 공감하려면 눈높이와 주파수를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 악기와 함께 떠나는 세계여행
'악기박물관'은 인간이 자연이나 생활 도구에서 나는 소리를 인위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만든 악기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현악기의 원조 격인 활을 비롯해 호주 원주민의 관악기인 디저리두, 그리스신화 속 목신 판이 갈대 줄기를 연결해 만든 피리라는 팬플루트, 인도 악기인 시타르, 모로코의 타악기인 트빌라, 몽골의 현악기인 마두금과 중국의 얼후, 세네갈의 코라, 불교에서 사용하는 목탁과 목어, 카우벨, 바이올린, 색소폰, 트롬본, 피아노, 첼로 등 전 세계의 다양한 악기들이 전시돼 있다. 악기를 하나하나 둘러보다 보면 세계여행을 떠나온 듯한 기분이 든다.
봉고, 젬베, 발라폰, 마라카스, 카우벨, 우드 블록 등은 직접 연주해 볼 수 있다.
한쪽에는 사라져버리는 소리를 담아낼 수 있게 고안한 도구들이 전시돼 있다. 오르간을 자동으로 연주시키는 스트리트 뮤직박스, 중세유럽 시계탑의 원리를 적용한 뮤직박스, 1880년대 독일에서 제작된 디스크형 뮤직박스도 볼 수 있다.
◇ 인간 꿈 실현한 다양한 도구들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오르면 '축음기박물관'이 나타난다. 소리를 녹음하고 싶은 인간의 꿈을 실현한 각종 도구와 기계들이 전시돼 있다. 오늘날의 오디오 기기는 1877년에 최초로 선보인 에디슨의 축음기가 원조이다. 이곳에서는 에디슨 홈 포노그래프, 1914년 제작한 원반형 축음기인 에디슨 다이아몬드 디스크 포노그래프를 볼 수 있다. 각종 라디오와 녹음기, 금성사의 라디오, 테이프녹음기, 카세트테이프, LP 레코드 스테레오, 히틀러가 군중을 설득하기 위해 제작한 라디오인 'VE301'도 있다. 추억의 워크맨과 MD, CD, MP3 등 추억의 음향기기도 전시돼 있다.
한쪽에서는 유·무선전신, 인간의 말소리와 귀를 확장한 그레이엄 벨의 전화기, 자석식·공전식·다이얼식·버튼식 전화기와 현대의 휴대전화 등 소리와 관련된 기기의 발달사가 눈 앞에 펼쳐진다. 1889년 파리의 한 회사가 호텔 로비에서 전화를 이용해 연주회를 중계방송한 것을 그린 그림도 흥미롭다. 이것이 바로 라디오방송의 시초라고 한다.
소리체험박물관에서는 오르골, 기타, 에코 마이크, 매미 소리가 나는 도구 등을 직접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 관람 정보
관람 시간 = 평일 10:00~18:00(주말·여름방학 기간은 오후 7시까지,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료(해설 포함) = 초등학생 이상 5천원, 3~7세 4천원, 24개월 미만 무료
악기 만들기 체험 2천~7천원
☎ 032-937-7154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8년 1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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