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스키 특급' 김기민, 객석 쥐락펴락…탄성 잇따라

입력 2018-11-16 18:26  

'마린스키 특급' 김기민, 객석 쥐락펴락…탄성 잇따라
마린스키발레단 '돈키호테' 리뷰…음향·무대 실수는 '옥에 티'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26)이 출연하는 발레 공연은 이제 하나의 '공식'을 갖게 된 것처럼 보인다. 그가 무대 위를 날아오를 때마다 객석에서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탄성을 터뜨린다. 객석이 하나가 되어 그의 춤을 감탄하고 격려하는 독특한 분위기가 형성된다.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의 '돈키호테' 공연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점프는 유독 중력이 느껴지지 않는 높이와 가벼움을 자랑한다. 그가 사뿐사뿐 날아오를 때마다 객석이 술렁거리고 환호했다.


마린스키발레단이 6년 만에 한국을 찾으며 이 발레단 간판스타인 김기민도 고국 무대를 밟게 됐다. 같은 발레단 수석무용수 빅토리아 테레시키나와 짝을 이뤄 이 작품을 선보였다.
특히 '돈키호테'는 '라 바야데르', '해적'과 함께 김기민의 대표 레퍼토리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그는 공연에 앞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마린스키발레단에서 7년간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만큼 성장했다'는 걸 알리는 무대를 갖고 싶다"고 말한 바 있는데, 실제 무대에서도 그의 성장과 여유, 자신감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그는 2011년 마린스키발레단 최초의 동양인 발레리노로 입단하며 화제를 뿌렸다. 입단 두 달 만에 주역 발탁, 2015년 수석무용수 승급, 2016년 무용계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상 수상 등 한국 발레리노의 이정표를 새롭게 쓰고 있다.
그는 선술집 딸 '키트리'를 사랑하는 유쾌하고 젊은 이발사 '바질'을 연기했는데, 등장부터 밝고 자신만만한 에너지를 내뿜었다.
발레 무용수들은 춤에 집중하다 보면 어색한 연기를 보일 때도 많은데, 김기민은 정확한 테크닉과 풍부한 표현력으로 극 캐릭터를 자연스럽고도 사랑스럽게 살려냈다.
그의 긴 체공 시간과 팽이처럼 빠른 회전은 역시 명불허전이었지만, 섬세한 연기와 안정적인 파트너링, 음악에 정확하게 올라타는 리듬감 등은 세계 발레 무대에서 그의 위치를 증명했다.
캐스터네츠를 이용한 경쾌한 스페인풍 음악을 살려내는 빠른 춤부터 발레리나를 한 손으로 머리 위까지 들어 올리는 고난도 리프트까지 눈을 뗄 수 있는 장면들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바질이 키트리와의 결혼을 승낙받기 위해 거짓 자살 소동을 부리는 장면에서는 한껏 능청스러운 연기 때문에 객석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테레시키나도 정확하고 화려한 테크닉, 군더더기 없는 노련한 연기로 격이 다른 무대를 선보였다. 흔들림 없는 고난도 32회전(푸에테)이 끝나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다만 마린스키발레단의 군무는 국내 발레단과 비교했을 때 탁월하다는 느낌을 받기 어려웠다. 월등한 신체조건이 눈에 띄었지만, 각과 합이 흐트러지는 장면이 여럿 보였다.
무대 팀의 실수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의 라이브 연주로 진행됐음에도 1막에서는 3차례나 스피커에서 "삐이~" 울리는 의문의 하울링이 발생했다.
3막에서는 무대가 준비되기도 전에 커튼이 올라가 무용수들이 후다닥 도망가는 모습이 객석에 노출되기도 했다. 티켓 최고가가 28만원에 달하는 대형 발레 공연에서 보기 어려운 실수들이었다.
공연은 18일까지 이어진다. 김기민-테레시키나는 17일 공연 무대에 한 번 더 오르고, 엘레나 예브세예바-필립 스테핀이 16·18일 무대에 오른다.
sj997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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