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리종혁, '국회회담 대신 의원교류하자' 제안" 전해
선거제 개혁 두고 서로 이견…김병준·손학규는 국조 요구도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설승은 기자 =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5당 대표는 1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의장 공관에서 부부동반으로 만찬을 함께 하며 친목을 다졌다.
이날 만찬은 문 의장이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자유한국당 김병준, 바른미래당 손학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부부와 정의당 이정미 대표를 공관으로 초청해 성사됐다.
매월 첫 번째 월요일마다 정기적으로 만나 국회 현안을 논의하는 '초월회' 차원의 초청이었다.
문 의장은 인사말에서 "불가에서는 수천 겁의 인연을 쌓아야 부모, 형제, 부부 등의 인연을 맺는다고 하는데, 이 시기에 여러분이 각 당 대표로 만난 것도 엄청난 인연의 결과"라며 "이런 모임 자체가 소중하다"고 말했다고 국회 관계자가 전했다.
문 의장은 "5당 대표가 서로 잘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관계다. 5당 대표가 결심하면 개헌이든 선거제도 개혁이든 다 이룰 수 있다. 천재일우의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고 당부했고, 이에 정동영 대표는 "이번 국회가 역사에 남는 국회가 되도록 하자"고 화답했다.
5당 대표들은 여야 간 벼랑 끝 대치로 파행 중인 정기국회를 이른 시일 안에 정상화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그러나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손학규 대표는 공공기관 고용세습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에, 문 의장과 이해찬 대표는 신속한 국회 정상화와 민생·개혁법안 처리에 각각 방점을 찍으면서 합의를 도출하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만찬에서는 특히 이해찬 대표가 전날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과 만나 남북국회회담에 관해 나눈 대화 내용이 참석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 대표는 "리 부위원장은 '당장 회담을 열기보다는 국회의원들이 평양을 방문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했다"며 "국회회담을 하기보다 의원교류를 하자는 제안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리 부위원장이 특히 야당이 함께 평양에 올 수 있을지 관심을 보였다"며 "그래서 야당이 여러 개인데, 한 야당(한국당)은 잘 모르겠다. 그 야당도 함께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20대 국회 후반기 최대 화두 가운데 하나인 선거제도 개혁도 테이블 위에 올랐다. 5명의 대표는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하는 방향의 개혁에 동의했지만, 각론에서는 역시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정동영 대표는 "1987년에 대통령 선거가 직선제 체제로 바뀌었다면 2020년에는 국회의원을 뽑는 체제를 바꿔 온건 다당제로 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해찬 대표는 "지금 논의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따르면 제1당은 (정당투표에 따라) 차지할 의석을 지역구 당선자로 다 채울 수 있기 때문에 비례대표를 많이 가지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럴 경우 직능성, 전문성을 가진 비례대표의 영입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제1당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구체적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문 의장은 "5당 대표가 이 정도로 깊이 있게 선거제도 개혁을 얘기해본 적이 없다"고 만족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정미 대표는 "다음 달 초월회에서 선거제 개혁에 대한 대표들의 의견을 명확히 하면서 거리를 좁혀보자"고 제안했으나, 김병준 위원장은 "그때는 원내대표 경선 시기와 맞물려 그런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난색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다만 "김성태 원내대표가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강하게 요구하지만, 그것이 당 전체 의견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권력구조 개편과 관련해선 김병준 위원장이 국회의 총리 추천제를 제안했고, 이에 문 의장은 국회가 총리 후보를 특검 후보처럼 복수로 추천하는 방안을 여야 절충안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이해찬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여야 5당 대표와의 청와대 회동을 조만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만찬은 오후 7시부터 9시 30분까지 2시간 30분 동안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반주로 와인잔을 부딪치며 '원만한 국회 운영을 위하여' 등 건배사를 외쳤다.
이정미 대표를 뺀 '올드보이'들은 과거 한솥밥 먹던 시절의 후일담을 나누기도 했다. 이들의 배우자들도 대부분 서로 안면이 있어 모처럼 함께 회포를 푼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 초월회는 12월 3일 오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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