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 파견된 쿠바 의사들 올해 말까지 전원 철수할 듯

입력 2018-11-17 03:18  

브라질에 파견된 쿠바 의사들 올해 말까지 전원 철수할 듯
쿠바 대사관 "열흘 후부터 철수 시작"…美, 보우소나루 당선인 입장 지지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당선인과 쿠바 정부 간에 신경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쿠바 정부가 올해 말까지 브라질에 파견된 자국 의사들을 모두 철수시키겠다고 밝혔다.
16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브라질리아 주재 쿠바 대사관은 전날 브라질 전국도시보건협의회에 "열흘 후부터 철수가 시작될 것"이라고 통보했다.
25일께부터 철수 작업에 들어가 올해 안에 모든 의사를 귀국시키겠다는 의미다.



브라질 정부는 의료진 부족 문제 해결과 빈곤 지역 의료 서비스 확충을 위해 지난 2013년부터 '더 많은 의사들'(Mais Medicos)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영국·스웨덴 등 유럽 의료 선진국의 보건 정책을 본뜬 이 프로그램에 따라 현재 브라질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의사는 1만6천400여 명이며, 이 가운데 쿠바 출신은 8천300여 명이다.
보우소나루 당선인은 이달 초 언론 인터뷰를 통해 쿠바 당국이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다며 단교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더 많은 의사들'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쿠바 의사들이 월급을 25%만 받고 자녀들과 같이 사는 것도 금지된다고 지적했다.
브라질 정부가 프로그램에 참여한 의사들에게 월급을 직접 주지 않고 쿠바 정부에 전달하며, 쿠바 정부는 일정액을 제외하고 월급을 지급하는 사실을 언급한 것이다.



그러자 쿠바 보건부는 지난 14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보우소나루 당선인의 경멸적이며 위협적인 발언에 대한 대응으로 자국 의사들을 철수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건부는 "불행한 현실을 고려해 '더 많은 의사들' 프로그램 참여를 중단하기로 했다"며 "보우소나루 당선인은 우리 의사들의 자격에 의문을 제기하고 프로그램의 영속성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보우소나루 당선인은 "'더 많은 의사들' 프로그램이 중단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쿠바 의사들이 빠져나가면 브라질이나 다른 나라 의사들로 채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브라질에서 연간 2만 명의 의사들이 배출되는 사실을 들어 "의사 수를 늘려 의료 서비스를 확충하겠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는 보우소나루 당선인의 입장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 국무부 고위 관계자는 "브라질 정부가 지급하는 돈이 쿠바 정권으로 흘러 들어가서는 안 되며 의사들이 정당한 월급을 받아야 한다는 보우소나루 당선인의 주장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더 많은 의사들'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는 지방 정부들은 쿠바 의사 철수 소식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부 지방 도시의 시장은 "쿠바 의사들이 떠나면 우리 시에는 의사가 단 1명밖에 남지 않는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한편, 브라질과 쿠바는 1906년에 외교 관계를 맺었다. 1964년에 브라질에서 군사 쿠데타가 일어난 후 단교했다가 1986년에 관계를 복원했다.
fidelis21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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