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력 '형님 강제입원' 압도…차기 대선주자 입지 흔들릴수도
李 8일 "불길한 예감" 기소의견 송치 점쳐…검·경과 전면전 예상
(수원=연합뉴스) 최찬흥 기자 = '손가락 혁명군' 등 SNS 지지층을 버팀목으로 급성장한 이재명 경기지사가 결국 SNS에 발목을 잡힐 정치적 위기에 처했다.
경찰은 '혜경궁 김씨'라는 닉네임이 붙은 트위터 계정 '@08__hkkim'의 소유주로 이 지사의 부인 김혜경 씨를 지목, 김 씨에 대해 오는 19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기기로 했다.
김 씨에게는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및 명예훼손 등 혐의가 적용됐다.
이에 따라 이 지사와 관련한 의혹들 가운데 경찰이 기소의견을 달아 송치하거나 송치예정인 사건은 친형 강제입원, 검사 사칭, 분당 대장동 개발과 관련한 직권남용 및 허위사실 공표 사건을 포함해 4건으로 늘어나면서 이 지사를 더욱 옥죄는 형국이 됐다.
특히 혜경궁 김씨 사건의 경우 이 지사가 피의자 신분은 아니지만, 본인이 경찰 소환조사를 받은 나머지 3건에 비해 파괴력은 훨씬 클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지사를 지지하는 혜경궁 김씨가 트위터에 올린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비방 글이 패륜 수준이라는 비난과 함께 이 지사가 소속된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검찰의 정식 기소 여부와 이어지는 재판 결과 등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일단 경찰이 혜경궁김씨의 계정주를 김혜경 씨로 특정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지사는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됐다.
명실상부한 여권의 잠재적 차기 주자인 이 지사는 지금까지 여러 가지 의혹과 논란에도 불구하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권후보군 가운데 상위권에 올라있었는데 이번 일로 도덕성과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해 보여서다.
특히 이 지사와 부인 김씨가 이 문제에 관해서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해 왔다는 점에서 '정직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다면 매서운 '여론재판'에 직면하게 될 공산이 크다.
앞서 이 지사와 함께 민주당의 경기도지사 선거 경선에 나섰던 전해철 의원 측은 지난 4월 8일 혜경궁 김씨를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하며 그가 트위터에 올린 글을 공개했다.
'노무현시체 뺏기지 않으려는 눈물…가상합니다'(2016년 12월 16일), '걱정 마 이재명 지지율이 절대 문어벙이한테는 안 갈 테니'(2016년 12월 31일) 등이다.
같은 달 3일 혜경궁 김씨는 '전해철 때문에 경기 선거판이 아주 똥물이 됐다'고 글을 썼다.
전 의원은 "저에 대한 허위와 악의적인 비방이 있었는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훨씬 더 패륜적인 내용이 담긴 트위터였다"면서 "그래서 법적 대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차에 이재명 후보와 관련한 논란도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논란 종식을 위해 이 후보 측에 공동조사를 제안했는데 이를 거부한 것으로 보여 그 계정의 주인이 누구인지, 왜 그런 패륜적인 글을 썼는지 확인하려고 경기도선관위에 고발 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일부 지지자들은 지방선거를 한달 앞둔 지난 5월 중순 "혜경궁 김씨는 누구입니까?”라는 내용의 신문 1면 광고까지 내고 광화문집회를 열며 혜경궁 김씨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정치적 파장을 염두에 둔 이 지사는 전 의원을 설득한 끝에 지난달 13일 고발 취하를 끌어냈다.
전 의원은 "애초 (고발) 취지와는 다르게 이른바 '혜경궁 김씨' 논란으로 확대되면서 지방선거뿐 아니라 당 대표 경선 과정에까지 정치적 소재로 활용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노무현·문재인) 두 분 대통령님과 저에 대한 명예훼손 문제가 또 다른 정치적 대립 구도를 만들어 내는 것으로 악용되고, 온갖 억측들이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지사와 혜경궁 김씨가 연루됐을 것이라는 의심을 거두는 취지는 아니라는 의미로 읽혔다.
전 의원의 고발 취하로 이 지사가 혜경궁 김씨 사건에 돌파구를 찾는듯했지만, 판사 출신의 이정렬 변호사가 지난 6월 11일 혜경궁 김씨를 상대로 낸 고발장은 유효했다.
이 변호사는 고발장에서 '@08__hkkim'의 계정 정보에 나타나는 휴대전화 끝 번호 두 자리와 이메일 주소 등을 토대로 볼 때 해당 계정주는 이 지사의 아내 김혜경씨 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김씨를 지난달 24일과 이달 2일 2차례 소환 조사한 뒤 '동일인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우연'이라며 김씨가 혜경궁 김씨라고 결론 내렸다.
경찰의 잇단 기소의견 송치로 이 지사가 궁지에 몰렸지만, 승부사인 그가 순순히 물러나지는 않을전망이다.
이 지사는 17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정황과 의심만으로 기소(기소의견 송치)한 것"이라며 경찰이 수사가 아니라 정치를 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앞서 이 지사는 혜경궁 김씨 논란이 불거진 지난 4월 5일 "아내는 블로그나 트위터, 페이스북은 물론 인스타그램 같은 SNS 계정이 없고 하지도 않는다. 잠시 쓰던 카카오스토리조차 오래전에 포기했다. 이것이 팩트의 전부"라고 주장하며 방어막을 쳤다.
이 지사는 최근에도 "제 아내도 고등 교육을 받은 사람이다. 트위터 계정은 아무나 막 만들 수 있다. 그런데 그걸 왜 쓸데없이 자기 이름 걸고 자기 실제 전화번호 넣고 자기 이메일까지 넣어가면서 뭐하러 그렇게 하겠느냐"고 반박했다.
특히 이 지사는 지난 8일 트위터에 글을 올려 "불행한 예측을 한 번 더 하겠다.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의 소유주 논란과 관련, 경찰 조사를 받은 아내 김혜경 씨가 기소의견으로 송치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진실보다 이재명 부부 망신주기가 그들에겐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국가권력을 사적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최악의 적폐다. 촛불정부 경찰 전체에 누 끼치는 일부 경찰이 참으로 안타깝다"며 전의를 불태우기로 했다.
이 지사는 앞서 형님 강제입원 등 3개 의혹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경찰을 직권남용·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로 고발하려다 민주당 최고위층의 만류로 고발장 제출을 접은 바 있다.
그러나 혜경궁 김씨 사건의 경우 3개 사건과 달리 정치생명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는 분석이 많아 이 지사는 경찰·검찰에 맞서 사생결단식 승부수를 걸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말 민주당 당 대표 선거 과정에서 김진표 후보로부터 탈당 압박을 받을 당시 김 후보는 '여배우 스캔들'에 이은 '조폭유착설' 등을 문제 삼았는데 혜경궁 김씨 사건은 이 지사의 정치적 입지에서 차원이 다른 문제로 해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SNS가 저의 힘이었는데 지금은 족쇄가 되어 가고 있다"고 한 최근 이 지사의 라디오방송 발언이 푸념으로 그칠지 실제 SNS가 그의 정치인생에 발목을 잡을지 향후 검찰수사와 법원판단이 주목된다.
c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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