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올해는 조선시대 3대 가인(歌人) 고산(孤山) 윤선도(1587~1671년) 선생이 부산 기장에 온 지 꼭 400년이 됩니다"
17일 오후 부산 기장군 아난티코브에서 '고산 윤선도 400년 전 기장을 노래하다'를 주제로 문학행사가 열렸다.
황구 기장문화원 향토연구소장은 "윤선도 선생은 1618년 겨울에 기장으로 유배 왔고, 1623년 인조반정으로 유배가 해제될 때까지 6년을 이곳에서 보냈다"며 "선생은 기장에서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불굴의 선비정신과 아버지에 대한 지극한 효심을 보여 주었다"고 소개했다.
황 소장은 "고산 선생이 제주도로 가는 길에 풍랑을 만나 안착한 전남 완도 보길도 부용동 원림은 그가 32살의 젊은 나이에 기장에서 귀양살이할 때 얻은 영감과 자연을 토대로 생각한 밑그림을 토대로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산 선생이 기장에 머문 유배처소(적거소)는 어디인지 정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으나 그의 작품에서 일부 유추할 수 있는 글 등을 보면 현재 기장읍 죽성리 일원으로 보인다"며 "가덕도에서 기장 월내까지 이어지는 갈맷길 700리와 죽성리 문화유적, 400년 전 고산 선생의 흔적을 잘 엮으면 동부산 해안문화관광 명소로 거듭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부사시사를 보면 기장이 보인다'는 주제로 발표에 나선 서영상 국립수산과학원 남해수산연구소 자원환경과장은 어부사시사 배경에 부산 기장 지역도 포함된다는 의견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해양학자이자 시인인 서 과장은 "여름을 노래한 하사 1절에 연강첩장(안개 강과 첩첩이 둘린 산)과 3절에 '마름 잎에 바람나니 봉창이 서늘하구나'(여름철에 안개와 수생식물에 바람나니 서늘하다) 구절을 보면 기장 연안에 여름철이면 발생하는 냉수대와 관련된 모습이 보인다"고 주장했다.
어부사시사 하사 3절 끝에 '북포구 남강이 어디 아니 좋을런가' 구절도 바다를 끼고 수영강, 낙동강과 인접한 기장지역과 잘 맞아 떨어지고 동사 7절 끝에 나오는 거구세린(큰 주둥이 가는 비늘) 표현은 어류의 형태분류학적으로 겨울철 동해 남부에서 서식하는 농어로 추정된다고 서 과장을 해석했다.
김종천 기장군 문화관광과장은 "고산 선생의 유배 문학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죽성 황학대 일대를 고산 역사문화공원으로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유배처소의 위치를 추적하는 등 400년 전 윤선도 선생이 걸어온 길을 재조명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아난티코브가 후원한 이 행사에는 지역 문화·문학계 인사와 주민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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