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기준 따라 1년 늦출 가능성…구체 기준 내년초 확정, 적용단계 세분화
금리 상승이 변수…"지금보다 0.5%p만 올라도 큰 부담은 없을 것"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규정하는 신(新) 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을 두고 금융당국이 재검토에 착수했다.
K-ICS와 함께 도입하려던 국제회계기준(IFRS17)의 도입이 연기된 데다, 지나치게 엄격하고 경직된 형태로 K-ICS를 도입할 경우 보험사들의 부담이 크다는 지적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021년으로 예정됐던 IFRS17의 1년 연기가 확정됨에 따라 K-ICS의 도입 시기 등을 재검토할 것으로 18일 알려졌다.
그동안 여러 차례 'IFRS17과 K-ICS의 동시 도입'을 공언했던 만큼, K-ICS도 1년 연기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IFRS17에 근거한 외부감사가 이뤄지지 않는 상태에서 K-ICS만 먼저 적용할 실익이 적다는 의견이 있다.
다만 늘어난 1년을 공백 상태로 두기보다는 단계적 도입에 활용하는 방안이 금융당국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유력시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령 3년에 걸쳐 3단계로 도입해 규제 수준을 100%로 채울 계획이었다면, 이제 4년에 걸쳐 4단계로 도입하는 게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보험연구원 김해식 금융정책실장은 "단순히 오르는 시기를 늦추는 것보다 완만한 계단을 밟아 오르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유럽도 준비금 적립을 16년에 걸쳐서 끌어올리는 등 경과규정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K-ICS의 단계적 도입은 사실상 확정됐지만, K-ICS에 따라 지급여력비율(RBC)을 따지는 보유자본·요구자본·가용자본 측정방식 등 구체적 기준 마련은 늦추지 않을 방침이다.
이르면 내년 1분기 중 기준이 마련되고, 내년 말 새 기준이 보험업 감독규정에 반영되는 일정까지 늦추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K-ICS 초안을 각 보험사에 적용하는 1차 계량영향평가(QIS)는 마무리됐다. 평가 결과 생명보험사 중에선 삼성생명이나 오렌지라이프 등 일부 생보사를 제외하면 대부분 RBC가 100% 밑으로 내려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사는 RBC가 100%에 미달하면 적기시정조치 대상이다. 최악의 경우 문을 닫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 기준을 첫해부터 완벽히 적용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1차 QIS 결과는 큰 의미가 없다"며 "단계적 도입방안을 확정해 2차 QIS를 할 계획이고, 현재 제도에서 멀쩡한 보험사가 새 제도 탓에 문을 닫는 일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재검토'가 K-ICS 도입을 백지화하거나 기준을 대폭 낮추겠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라고 금융당국은 강조했다. 당국은 보험사의 자산 운용과 자본 조달 등이 채권·주식시장에 미칠 영향까지 두루 살펴보기 위해 전문가들의 자문도 구할 계획이다.
김해식 실장은 "IFRS17로 보유자본이 줄고, K-ICS로 요구자본까지 늘면 굉장히 어려워지는 보험사가 나타날 수 있다"며 "K-ICS를 IFRS17과 시기적으로 반드시 연계해야 할 이유는 없지만, 이런 사정도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IFRS17과 K-ICS 도입에서 금리 상승도 변수로 꼽힌다. 현재로선 오래 전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많이 팔았던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 등 대형 생보사들의 부담이 대폭 증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고채 금리가 현재보다 0.5%포인트 정도만 올라도 IFRS17 도입으로 원가 대신 시가로 평가되는 부채 증가 영향은 대부분 상쇄된다는 얘기가 금융당국 내부에서 들린다.
업계는 K-ICS의 도입 자체가 1년 연기되기를 바라고 있다. 배당을 줄이고 유상증자를 하는 등 '정공법'으로는 자본 확충에 한계가 있어 영구채 발행에 기댈 수밖에 없는데, 이자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일부 생보사는 영구채 발행 자체가 불발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시가평가 기반의 K-ICS는 IFRS17과 연계돼 추진되고 있는 만큼, 도입 시기가 1년 연기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K-ICS의 요구자본·가용자본 기준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규제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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