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후아나 국경검문소 연일 긴 줄…市 "최소 6개월간 대량유입 계속"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미국 정착을 바라는 중미 출신 이민자 행렬(캐러밴·Caravan)이 미국 남서부 국경에 속속 도착하면서 멕시코 국경 도시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17일(현지시간) 텔레비사 방송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이날 현재 3천여 명의 캐러밴이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와 국경이 접한 멕시코 티후아나에 도착했다.
며칠 전부터 티후아나로 몰려드는 캐러밴의 대다수는 시내 스포츠 시설 단지에 있는 야구장 바닥과 옥외 관람석에서 야영 생활을 하고 있다.
티후아나 시 당국은 연일 이어지는 캐러밴의 쇄도로 이민자 쉼터가 수용 능력을 초과하자 스포츠 단지를 개방했다.
가톨릭 등 종교단체들은 중미 이민자들에게 이동식 샤워시설과 화장실, 식기 세척 시설을 제공하고 커피와 도넛을 나눠줬다.
그러나 일부 주민들이 모욕적인 말을 퍼부으면서 캐러밴 참가자들은 환영받지 못하는 느낌을 받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는 캐러밴이 한 달 전 멕시코에 진입한 뒤 남부와 중부 지역을 지날 때 많은 현지 주민이 음식과 옷, 신발 등을 기부했던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티후아나는 해마다 사시사철 크고 작은 무리의 이민자들이 끊임없이 도착하는 탓에 일부 주민들이 피로감을 느끼는 것으로 분석된다.
캐러밴은 세계에서 가장 살인율이 높은 온두라스를 비롯해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니카라과 등 중미 국가에서 폭력과 마약범죄, 가난을 피해 고국을 떠나 도보나 차량으로 미국을 향해 이동하는 이민자 행렬을 가리킨다. 현재 멕시코에서 이동 중인 캐러밴 중 85%는 온두라스 출신이다.
미국으로 망명해 일자리를 얻고 자녀들이 더 나은 교육 등 밝은 미래를 꿈꾸며 살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캐러밴에는 미국서 살다가 추방돼 가족과의 재결합을 바라는 이들도 섞여 있다.
티후아나 시는 캐러밴이 쇄도하자 '사태'로 규정하고 뒤늦게 대응에 나서고 있다.
후안 마누엘 가스텔룸 티후아나 시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최소 6개월간 이어질 이민자들의 대량유입에 대비하고 있다"며 "이것은 쓰나미다. 모든 시민 사이에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티후아나 시가 이민자 2천750명이 도시에 도착한 것으로 추산하는 가운데 멕시코 연방정부는 1만 명에 이를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 국경검문소 앞에서는 연일 수백 명이 망명 신청 번호를 받으려고 몇 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미 국경 당국은 티후아나와 샌디에이고를 연결하는 검문소에서 하루에 100명 안팎의 망명 신청 절차만을 진행하고 있어서다.
캐러밴이 도착하기 전에 이미 3천 명이 미국에 망명 신청을 하려고 대기하고 있는 터라 최근 도착한 이민자들의 경우 망명 신청에만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캐러밴을 지원해온 인권단체 '국경 없는 사람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조급증과 좌절감이 커진 이민자들이 대량으로 불법 월경을 시도할 수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온두라스 농부 출신인 마르빈 글로바니(38)는 AP통신의 영상전문 매체인 APTN에 "고국에서 갱단의 박해를 받았기 때문에 정치적 망명을 원한다"며 "국경을 건너지 못한다면 나는 이곳에서 일하면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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