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에 '붓' 세운 작가, 이번엔 평창동에 외계인 내려놓다

입력 2018-11-18 12:55  

인사동에 '붓' 세운 작가, 이번엔 평창동에 외계인 내려놓다
윤영석, 12월 30일까지 가나아트센터 개인전 '소피엔스'
현대인 은유한 '아이오'·인간 과욕 지적한 '아이보의 창' 등 전시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서울 종로구 평창동 기슭에 '외계인'이 찾아왔다.
15일 가나아트센터 윤영석 개인전 '소피엔스'를 찾은 취재진 눈앞에 거대한 머리와 가느다란 팔다리의 괴생명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피부는 매끄럽다 못해 윤이 날 정도였다. 전시장 바닥에는 종잡을 수 없는 회로가 그려져 있었다.
"신체는 갈수록 왜소해지는데 생각만 발달하는 인간 모습을 형상화했습니다."
올해 예순인 미술가 윤영석은 어느 순간부터 목욕탕에 갈 때마다, 갈수록 팔다리는 가늘어지는데 '꾀'만 늘어나는 듯한 자신과 마주하게 됐다. 한때 UFO를 연구하는 학회에도 가입했을 정도로 UFO를 향한 큰 관심도 이번 '아이오'(AHIO·artificial human illusional object) 작업 동력으로 작용했다.
작가는 '아이오' 하체에 '사물이 가까이 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을 알리는 백미러를 달았다. 스마트폰에 빠져 바닥만 응시하느라 정작 앞을 보지 못하는,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현대인 모습이 겹쳐진다. 문명 발달로 개인이 경험할 수 있는 세계는 무한대로 넓어졌지만, 그 시야는 오히려 좁아졌을지 모른다.



윤영석은 종로구 인사동 초입을 지키는 거대한 붓 조형물('일획을 긋다')로 유명하지만, 원래 생명과 영원성, 문명의 발달과 이면, 감각 왜곡 등 철학적 개념을 비전통적인 재료로 형상화하는 작가다.
그는 1998년 가나화랑 개인전 '심리적인 사물, 생물학적인 사물'에 실리콘과 유리, 렌즈 등을 활용한 '유리 가슴' 등을 내놓았다. 2007년 로댕갤러리 '3.5차원의 영역' 전에서는 각도에 따라 이미지가 달리 보이는 렌티큘러 착시효과를 활용한 작업을 선보였다.
'소피엔스' 전에서는 조각, 설치, 평면 등 20여점 작업을 통해 문명 발달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채 여러 문제에 봉착한 현대인 초상을 드러낸다.
소니 인공지능 반려봇을 소재로 한 렌티큘러 작업 '아이보의 창'은 "로봇까지 애완견으로 두겠다는 인간 과욕을 지적한" 작품이다. '네온 G O D' 또한 실재와 감각이 불일치하는 렌티큘러를 통해 실재와 가상의 간극을 역설한다.
'명침' 등 작가를 수십년간 괴롭힌 이명에서 착안한 작품들은 우리가 감각을 통해 인지하는 세상이 완전한지를 묻는다.
전시는 12월 30일까지. 문의 ☎ 02-720-1020.


ai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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