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에 문닫은 30년 전통 학교앞 찻집 되살려낸 대학생들

입력 2018-11-19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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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난에 문닫은 30년 전통 학교앞 찻집 되살려낸 대학생들
경희대 학생 10여명, 2016년 폐업 '녹원' 부활 프로젝트 성공
서울시 '캠퍼스타운 조성사업' 임대료·인테리어 비용 지원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녹원'이 다시 생겼다고요? 졸업할 때쯤 없어졌었는데, 그럼 꼭 가보고 싶네요."
경희대 졸업생 박 모(27) 씨는 사라졌던 학교 앞 전통 찻집 녹원이 부활했다는 말에 반색했다. 재학생 시절 친구들과 차를 홀짝이던 추억의 장소가 되살아났다는 기쁨 때문이다.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 정문 앞을 27년 동안 지키다가 2016년 12월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폐업했던 녹원이 올 9월 다시 문을 열고 3개월째 영업하고 있다. 녹원이 문을 닫았다는 소식에 안타까워했던 졸업·재학생들은 모두 한마음으로 반겼다.
경희대 조리·서비스경영학과 재학생이자 녹원 대표로 활동하게 된 김재용(21) 씨는 16일 전통 찻집을 되살리기까지 가장 힘들었던 일을 묻자 "전부"라고 답했다.
2016년 입학한 김씨는 녹원이 사라지기 전 이 찻집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랬던 김씨를 사업에 뛰어들게 한 것은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우대식 교수의 제안이었다.
김씨는 "직접 간 적은 없었지만, 녹원이라는 이름은 경희대 학생들에게 익숙하다. 우 교수님께서 녹원을 재건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며 '같이 살려보자'고 제안하셔서 학생 10여 명이 모였다"고 설명했다.
시작은 순조로웠다. 녹원 재건 사업이 운 좋게도 대학가를 창업 중심지로 탈바꿈하려는 서울시의 '캠퍼스타운 조성사업' 대상으로 선정됐고, 인테리어 비용과 가게 임대료를 내년 말까지 서울시에서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문제는 다음부터였다. 김씨는 "소방서와 구청, 국세청을 돌며 사업자 등록하고 소방안전 필증을 받는 과정이 반년 넘게 걸렸다. 보통은 1개월 안에 끝난다고 한다"며 힘들었던 과정을 떠올렸다.
어려운 일을 해낼 수 있었던 것은 여러 학생이 힘을 모았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주거환경학과 학생들이 실내 인테리어를, 디자인학과 학생들이 로고와 상품 디자인을 맡았다. 경영학과 학생들은 카드뉴스를 제작하고 운영 노하우를 배우러 다녔다. 김씨를 비롯한 호텔관광대학 학생 4명은 새 메뉴를 개발했다.



반년이 넘는 노력 끝에 녹원은 녹색 동산(綠園)이라는 본래의 뜻에 더해 '당신의 마음을 두드린다'는 뜻을 담아 'Knock One'으로 다시 태어났다. 완전히 새로워진 인테리어에 메뉴도 전부 새로 개발했다.
김씨를 비롯한 총 9명의 학생이 공동 운영하는 체계를 갖췄으며 앞으로도 동아리처럼 새로운 기수를 영입해 운영을 계속할 방침이다. 학생들이 재건한 녹원을 계속해서 학생들이 물려받아 직접 운영해나가는 것이다.
녹원은 단순한 찻집을 넘어 지역 상권과 상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근처 가게에서 디저트를 구매한 뒤 녹원에 방문하면 음료를 5% 할인하고, 가까운 가게에서 만든 향초를 녹원에서 사용한다. 운영비와 인건비를 제외하고 남은 수익은 마을 기금으로 적립해 지역사회를 위해 쓸 계획이다.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을 묻자 김씨는 "제가 만든 메뉴인 청귤캐모마일차와 밀크티가 가장 인기가 있다"면서 웃어 보였다.
그는 "음료는 음식과 달리 '첫입'을 사로잡아야 하는데, 제가 만든 메뉴를 마신 손님이 맛있다고 말해줄 때 가장 기쁘다"고 덧붙였다.
녹원 재건 프로젝트를 위해 입대도 잠시 미뤄둔 김씨는 언젠가 자신만의 가게를 여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그는 "부모님께서 오리고기 식당을 하시는데 주변 분들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으셨다. 남이 어려우면 돕고, 우리가 어려울 땐 도움 받는 모습을 어려서부터 많이 봐 왔다"며 "혼자서만 성장하는 가게가 아니라 이웃과 상생하면서 내 꿈도 이루는 가게를 열고 싶다"고 말했다.
jae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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