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대상' 팀원과의 갈등 끝 자살한 경찰…법원 "순직 인정"

입력 2018-11-19 05:30  

'관리 대상' 팀원과의 갈등 끝 자살한 경찰…법원 "순직 인정"
팀원 스트레스에 감찰·인사발령 겹치자 억울함 호소하며 자살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관리 대상' 팀원들과의 갈등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찰관에 대해 법원이 순직을 인정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박성규 부장판사)는 A씨의 유족이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순직을 인정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유족 승소 판결했다.
A씨는 2015년부터 경기도의 한 지구대에서 순찰팀장으로 근무하던 중, 징계를 받고 '특별관리 대상자'로 지정된 팀원 2명을 관리하게 됐다. 한 명은 자신과 직급이 같았고, 또 한 명은 정년퇴직을 앞둔 선배였다.
A씨는 관리 대장에서 이들이 돌출 행동을 해 팀 내 분위기를 해친다거나, 민간인이 듣는 앞에서 과거 돈을 받고 사건을 무마한 얘기들을 했다고 지적하며 함께 근무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A씨는 인사 조치도 건의했지만 위에선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두 사람 중 한 명이 정년퇴직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A씨는 지방경찰청의 감찰 대상에 올랐다. 근무 태만에 대한 제보가 들어간 것이다. 소속 경찰서장은 감찰 대상이 된 A씨를 지구대 팀장에서 파출소 팀원으로 인사 발령냈다.
A씨는 불면증과 우울 증상을 보이다 지방청에서 중징계를 건의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는 유서에서 관리 대상 직원 2명으로부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이들이 자신의 약점을 잡아 진정을 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유족은 A씨의 사망이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것이라며 공단에 순직에 따른 유족 보상금을 청구했다. 공단은 A씨와 팀원 간 불화가 업무 수행에서 비롯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유족 청구를 거절했다.
법원은 그러나 A씨가 특별관리 대상자인 팀원들을 지휘·관리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으면서 상당한 공무상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관리 대장과 망인의 유서에는 이들과 근무하는 과정에서 업무상 갈등이 생겨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는 취지의 기재가 돼 있고, 인사 조치를 건의한 바도 있다"며 "망인의 직책이나 업무와 무관한 갈등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망인이 이들과 함께 근무하면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던 상황에서 감찰조사와 파출소 인사발령까지 더해져 불면증과 우울증, 적응 장애가 발생했을 여지가 크다"며 "공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한 인과 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s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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