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어떤 보직도 좋다…마운드에만 설 수 있다면"

입력 2018-11-19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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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수 "어떤 보직도 좋다…마운드에만 설 수 있다면"
"은퇴식 제안한 한화에 감사…하지만 공 던지면서 끝내고 싶다"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아직은 초조하지 않습니다. 괜찮습니다."
배영수(37)는 특유의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다. 은퇴식을 제안해 준 한화 이글스에는 정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137승의 현역 최다승 투수 배영수는 현재 사실상 무직이다. 한화는 곧 보류선수 명단에서 배영수를 제외할 예정이다.
배영수는 2018년 KBO리그 정규시즌이 끝나기 전에 한화를 떠나야 한다는 걸 알았다.
한화는 8월 말 배영수에게 은퇴를 권유하며 "은퇴식을 열자"고 제안했다. 배영수는 마운드에 서고 싶은 의지가 강했다.
결국, 배영수는 한화를 떠나기로 했다.
배영수는 한화와 작별하는 과정에서 두 가지 마음이 교차했다. 구단의 결정을 이해하면서도, 은퇴 권유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배영수는 18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구단이 세대교체로 방향을 정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오히려 한화에 와서는 내가 보여준 게 많지 않으니 죄송한 마음이 크다. 은퇴식까지 제안해주신 점은 정말 감사했다"면서도 "충분히 던질 수 있고, 던지고 싶었다. 이대로 마운드를 떠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배영수는 한국 야구사에 길이 남을 투수다.
2000년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한 배영수는 이듬해(2001년)부터 삼성 에이스로 활약했다.
2004년 17승으로 다승 선두에 오르며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를 거머쥐는 등 2000년대 초반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강속구 투수로 명성을 떨쳤다.
하지만 2007년 1월 오른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고 1년을 통째로 쉬었고 이후 구속 저하에 시달렸다.
배영수는 구속을 올리려고 힘썼고, 동시에 구종을 다양화하며 무기를 늘렸다.




2014시즌 종료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배영수는 한화에 둥지를 틀었다.
삼성에서 124승(98패 3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4.21)을 올린 배영수는 한화에서는 4년 동안 13승(22패 1홀드 평균자책점 6.07)에 그쳤다.
2017년에는 팀 내 최다인 128이닝을 소화했다. 그러나 올해는 6월 5일 LG 트윈스전 이후 등판 기회를 잡지 못해 55⅔이닝만 소화했다.
배영수는 "한화에서는 보여드린 게 없다. 팬들과 구단에 죄송하다"고 했다.
하지만 배영수는 아직 경쟁력이 있다. 배영수 자신도 "실전에 등판하지는 않았지만, 꾸준히 훈련했다. 몸 상태도 좋다"고 강조했다.
보직 욕심은 없다. 배영수는 '던질 기회'만을 바란다.
배영수는 "한화와 삼성에서 중간 계투도 경험했다. 어떤 보직도 좋다"며 "던질 기회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매섭게 부는 '세대교체 바람'이 배영수를 덮쳤다. 하지만 "젊게, 더 젊게"를 외치는 구단들도 투수 부족을 호소한다. 배영수는 '후배 투수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선배'로 꼽히기도 한다.
배영수는 "열심히 훈련하면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jiks7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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