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사이에 피어오르는 알쏭달쏭한 감정 '소녀의 세계'

입력 2018-11-19 09:35  

여고생 사이에 피어오르는 알쏭달쏭한 감정 '소녀의 세계'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남학생은 알지 못하는 여학생만의 세계. 10대 중후반은 남녀 모두 처음으로 사랑에 눈뜰 시기다. 대부분 이성에게 끌리기 마련이지만 가끔 동성에게 애틋한 감정을 품는 경우가 있다.
여고 연극반을 배경으로 여학생들의 풋풋한 감정을 담아낸 영화 '소녀의 세계'가 관객을 찾아온다.
어찌 보면 10대 여고생의 밝고 설레는 첫사랑 영화이면서 달리 보면 묘한 분위기의 동성애 영화이기도 하다.
작품 전체에 묻어나는 동성애 코드 때문인지 이 영화는 2016년 촬영을 마쳤지만 2년 넘게 극장에 걸리지 못했다. 동성애를 금기시하는 한국 사회의 분위기 때문일 터다.
여고 신입생 '선화'(노정의 분)는 우연히 연극반 선배 '수연'(조수향 분)의 눈에 띄어 줄리엣 역에 캐스팅된다.
로미오 역을 맡은 사람은 전교생의 우상이자 고독하고 신비스러운 분위기의 선배 '하남'(권나라 분)이다.
선화는 하남과 가까워질수록 내면에서 알쏭달쏭한 감정이 피어오르는 것을 느낀다. 하남 역시 선화에게 다가오고, 수연은 그런 두 사람을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바라본다.



세 사람의 감정선은 첫사랑 영화와 퀴어 영화의 경계 사이에서 절묘하게 균형을 유지한다.
동성 간 키스 장면이 등장하는 등 첫사랑 영화로만 보기 어렵지만, 동성애에 거부감이 있는 관객이 보기에도 큰 부담이 없을 정도로 수위를 조절해냈다. '12세 관람가'를 받아낸 것이 그 방증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당연히 여고 출신의 여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을 것으로 짐작했으나, 연출을 맡은 안정민 감독은 남자 고등학교 출신이다.
안 감독은 "고등학교 연극반 출신인데 남고 연극반에서 여자 역할은 인근 여고 연극반에 부탁하는 경우가 많다"며 "찬조 출연한 여고 연극반 학생을 통해 그들의 세계를 엿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제5회 '올레 국제스마트폰영화제'에서 장편 시나리오 제작지원 상을 받은 작품으로 애초 스마트폰으로 촬영할 예정이었으나, 영화제가 폐지되면서 스마트폰 대신 DSLR 카메라로 촬영했다.



일반 상업용 장편영화와 비교하면 열악한 환경에서 제작됐지만 제16회 뉴욕 아시아 영화제와 제42회 서울독립영화제, 제6회 마리끌레르 영화제 등 국내외 영화제에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아이돌그룹 '헬로 비너스' 출신의 연기자 권나라의 스크린 데뷔작이기도 하다. 그간 TV 예능과 음악 프로그램에서 여성미를 발산한 권나라지만 이 작품에서는 '하남' 역을 맡아 중성적인 매력을 뽐냈다.
권나라는 "연기에 대한 마음과 열정은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연기로 성장하려고 고민하고 있다. 주변에서 얘기해주는 단점은 최대한 보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선화' 역을 맡은 노정의는 권나라와의 키스가 첫 키스였다고 한다.
노정의는 "시나리오를 봤을 때 가벼운 입맞춤이라고 생각했는데 디테일하게 요청된 부분이 있었다"며 "나라 언니가 조심스럽게 저에게 양해를 구하고 촬영했다. 떨렸지만 첫 키스의 주인공이 언니라서 행복했다"고 말했다. 29일 개봉.


kind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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