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빈 라덴 어디 있는지 알고도 왜 더 빨리 안 잡았나"

입력 2018-11-19 09:50   수정 2018-11-19 13:25

트럼프 "빈 라덴 어디 있는지 알고도 왜 더 빨리 안 잡았나"
사살작전 지휘 '영웅' 맥레이븐 전 사령관에 "힐러리 지지자" 공개 비난
자신에 모욕감 준 기고문에 대한 '감정적 뒤끝'(?)





(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슬람 테러조직인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을 이끌었던 윌리엄 맥레이븐 전 미 합동특수전사령관을 '힐러리 클린턴의 지지자'라며 공개적으로 비난하면서 '감정의 뒤끝'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방영된 폭스뉴스의 '폭스뉴스 선데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진행자 크리스 월리스와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맥레이븐에 대한 직접적인 인신공격을 가했다.
트럼프는 월리스가 맥레이븐 얘기를 꺼내자마자 말을 끊으면서 "(맥레이븐은) 힐러리 클린턴의 팬"이라고 말했다.
월리스가 "특수전…"이라고 말을 이어가려 하자 다시 한번 말을 끊으며 "미안한데, 힐러리 클린턴 팬이죠"이라고 반복해서 언급했다.
세계 최강의 특수부대인 네이비실 출신인 맥레이븐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인 2011년 5월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에서 전개된 빈 라덴 제거 작전을 성공적으로 진두지휘해 영웅으로 떠올랐던 인물이다.
월리스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트럼프의 공격적인 언론관이 민주주의의 최대 위협이 된다는 평가를 맥레이븐이 했다고 월리스가 말하자 트럼프는 빈 라덴을 충분히 빨리 제거할 수 있었는데도 맥레이븐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빈 라덴을 조금 더 일찍 잡았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라. 파키스탄의 군 사관학교 인근의 고급 주택에 은신하고 있다는 것을 다 알지 않았나. 파키스탄에 있는 모든 사람은 빈 라덴이 거기 있는 걸 알았다"고 덧붙였다.





맥레이븐에 대한 트럼프의 비난은 트럼프가 자신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가진 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기밀 취급권을 박탈한 것과 관련, 지난 8월 맥레이븐이 워싱턴포스트(WP) 기고를 통해 "내 기밀 취급권도 박탈하라"고 공개적으로 주장한 데 대한 감정적 대응인 것으로 WP는 해석했다.
트럼프의 이러한 비난이 방송을 탄 뒤 몇 시간 후 맥레이븐은 CNN에 "나는 힐러리 클린턴이나 그 누구도 지지한 적이 없다. 나는 오바마와 조지 W.부시 전 대통령 밑에서 일했고, 그들의 팬이다"고 당당히 응수했다.
맥레이븐은 "나는 정당을 떠나 자신의 직무에 대한 위엄을 지니고, 그러한 직무를 위기의 시대에 국민을 통합하는데 사용하는 모든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맥레이븐은 지난 8월 WP 기고문에서 브레넌을 옹호하면서 트럼프를 향해 "만약 당신이 나의 기밀 취급권도 박탈한다면 내 이름을 당신의 대통령직에 반대한 사람들 목록에 올릴 것"이라며 "아이들 앞에서 우리를 부끄럽게 하고, 세계 무대에서 우리에게 굴욕감을 줬다"고 썼다.
한편, 이달 초에는 마틴 뎀프시 전 미 합참의장이 미국으로 향하는 중미 지역의 이민자를 저지하기 위해 국경에 군병력을 배치한 트럼프의 결정에 대해 '낭비적'이라고 지적하는 등, 전직 군 장성 및 정보기관의 수장들과 트럼프 간 국가 안보와 군사 철학의 불협화음에 따른 신경전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hopem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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