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진 섭외 등에 편리…우후죽순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비단 여행 예능 프로그램뿐만이 아니다. 소재와 포맷이 무엇이든 해외에 나가서 찍는 예능이 홍수처럼 쏟아진다.
국내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취지를 내걸지만, 유사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차별화에는 실패하는 분위기다.
'온에어' 중인 예능만 살펴도 해외에서 찍은 작품은 10개를 훌쩍 넘는다.
SBS TV '정글의 법칙', tvN '짠내투어', KBS 2TV '배틀트립', JTBC '뭉쳐야 뜬다'처럼 장르가 아예 완전히 여행 예능으로 분류돼 해외 촬영이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더라도 최근 부쩍 해외 예능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인문학 예능의 새 장을 연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알쓸신잡') 역시 이번 시즌3 초반 그리스 아테네와 이탈리아 피렌체와 토스카나 등지로 배경을 넓혔다.
물론 배경이 어디든 밤샘 수다에 지치지 않는 5명의 잡학박사라 듣는 재미와 보는 재미가 여전했지만, 지난 시즌과 큰 차별점은 찾기 어려웠다.
물론 그리스를 배경으로 서양철학사를 폭넓게 듣는 맛은 있었지만, 국내 여행을 떠나서 들려준 이야기들보다 시청자들이 공감하기 힘들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굳이' 해외로 갈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한 지적이다. 시청률 역시 시즌1 7%대, 시즌2 6%대에서 시즌3 5%대로 다소 하락했다.
먹방(먹는 방송)과 쿡방(요리하는 방송) 역시 너도나도 해외로 향하는 경우가 는다.
tvN '현지에서 먹힐까?'의 경우 콘셉트 자체가 해외에서도 우리나라 음식이 인기를 얻을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고, 이번 시즌에서 이연복 셰프라는 강력한 카드를 꺼내든 덕분에 흥행에 성공했다. 프로그램 기본과 차별점에 충실하면서 해외라는 볼거리를 얹은 사례다.
그러자 이번에는 배우 박중훈과 신세경을 내세운 올리브 '국경없는 포차'가 안방극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윤식당'과 크게 다르지 않은 콘셉트인데, 포장마차라는 한국의 특수한 문화를 프랑스, 덴마크 등에서 공유한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제작진은 소개했다.
이 프로그램이 아직 방송되지 않은 시점이라 평하기는 어렵지만 적지 않은 시청자가 "박중훈, 신세경의 첫 고정 예능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새로운 포맷은 아닌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인다.
KBS 2TV에서는 개그맨 정형돈, 배우 이채영, 작가 김풍이 와인 등을 고리로 한 '슬로우 미식 여행'을 주제로 프랑스로 떠났다. 제목부터 '파리로 가는 길'이다. 첫 방송 후 반응은 좋지 않다. 멤버 조합도, 포맷도 새롭지 않다는 지적이다. 시청률 역시 1%대에 머문다.
코미디TV 간판 예능 '맛있는 녀석들' 역시 최근 200회 특집 배경으로 대만을 선택하는 등 음식 관련 예능의 해외 촬영은 끊이지 않는다.
이밖에 지오디를 내세운 JTBC '같이 걸을까' 같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나, tvN '신서유기' 같은 게임 예능도 해외 촬영이 흔한 일이 됐다. '신서유기'의 경우에도 인기는 해외라는 배경에서 온 게 아니라 출연진의 남다른 유머 코드와 포맷 덕분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한 방송가 관계자는 20일 "점점 해외로 여행 가는 인구가 늘면서 시청자 관심도 면에서 국내보다 해외를 소개하는 그림이 더 다채롭다는 제작진의 판단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나 "너무 무분별하게 해외에 나가다 보니 '우리도 가자'는 식으로 가는 것도 있는 것 같다. 출연자들 입장에서도 '여행도 가고 일도 하고 일석이조'라며 선호하는 경우가 있어 제작진이 섭외에 더 편한 측면도 있지 않겠느냐"며 "결국은 콘텐츠를 차별화하는 포맷이 가장 중요하다. 해외 촬영은 양날의 검과도 같다"고 지적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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