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유혜선 부장·노지현 연구사 분석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공주 무령왕릉뿐만 아니라 다양한 백제 유적에서 나온 노란색과 초록색 유리구슬에 사용한 착색제가 태국산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립중앙박물관 유혜선 보존과학부장과 노지현 보존과학부 학예연구사는 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가 발간하는 학술지 '보존과학회지'에 게재한 논문에서 백제와 신라 권역에서 출토한 유리구슬 내부에 존재하는 불투명 착색제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두 사람이 분석 대상으로 삼은 백제 유리구슬 출토지와 개수는 무령왕릉이 14점으로 가장 많고, 오산 수청동 고분·완주 상운리 유적 각 3점, 서울 풍납토성·화성 마하리 유적·부여 능산리 유적·익산 미륵사지 각 1점이다.
두 사람은 이 유적에서 발견한 황색과 녹색 유리구슬에서 납주석산화물(PbSnO3)이 발견된다면서 "이 물질은 한반도에서 좀처럼 볼 수 있는 희귀한 안료로, 불투명제는 유리 냉각 과정에서 분리돼 나와 기질 내부에 아주 작은 결정을 만들어 혼탁하고 뿌연 색깔을 낸다"고 설명했다.
이어 착색제에 있는 납 동위원소비를 살펴보니 모든 유리구슬 착색제가 한국·중국·일본이 아니라 태국 중부 깐짜나부리주 송토(Song Toh) 광산 영역에 속했다고 결론지었다.
무령왕릉 유리 착색제가 태국산 혹은 동남아산이라는 가설은 알려졌지만, 여러 백제 유적에서 나온 유리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태국산임을 밝히기는 처음이라고 두 사람은 강조했다.
송토 광산은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 납 광산으로 기원후 이른 시기부터 채굴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유 부장과 노 연구사는 신라 유적인 경주 황남대총과 창녕 계성고분에서 나온 황색 유리구슬 2점에 대해서도 납 동위원소비를 분석한 결과, 중국이 아니라 태국 송토 광산에서 나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다만 "두 사람은 착색제 주성분인 납이 태국산이라고 해서 백제와 신라 유리구슬이 태국에서 제작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각지의 생산자 집단이 유리를 만든 뒤 착색제 원료만 태국산을 이용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원후 5세기까지 지속한 캄보디아 푼스나이 유적의 황색 유리구슬 착색제도 태국산"이라며 "캄보디아 동부 베트남 옥에오 유적에서 나온 녹색 유리구슬도 산화납 함유량이 많다고 보고됐는데, 이에 대한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 구마모토현의 한 고분에서 출토한 황녹색유리 4점의 착색제도 태국산으로 발표된 바 있다"며 "태국산 착색제가 고대에 동남아와 동아시아에서 널리 유통됐을 수도 있다"고 추론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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