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내 세대별 견해차 뚜렷…국회 탄핵 논의 따라 내부 갈등 심화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이보배 기자 = 전국법관대표회의(법관대표회의)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현직 판사들에 대해 탄핵소추 절차까지 검토돼야 한다고 의견을 모으자 법원 내부에는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예상된 결과였고 충분히 검토해 볼 만하다고 보는 판사들도 있는 반면 일각에서는 "법관 몇몇을 속죄양 삼았다"는 부정적 반응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법관대표회의는 19일 경기도 고양 사법연수원에서 2차 정기 회의를 열고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연루 판사들에 대한 탄핵 촉구 결의안'을 논의한 뒤 "중대한 헌법 위반 행위"라며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이에 대해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사안이 엄중하고 (법관 탄핵이) 헌법에 예정된 만큼 충분히 검토해볼 만한 사안인 것 같다"며 예상된 결과라고 밝혔다.
또 다른 판사도 "헌법상 정해진 절차대로 탄핵 과정을 거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비슷한 입장을 내놨다.
시기적으로 더욱 신중하게 판단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지방의 한 판사는 "이렇게 속도감 있게 진행될 줄 몰라서 놀랍기도 하다"면서도 "형사 재판 시작 전에 법관 탄핵을 따로 한다는 것은 절차가 조금 꼬인다는 생각은 든다. 탄핵 시기는 좀 더 논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탄핵이 되느냐 안 되느냐를 떠나서 자료가 좀 더 나오고 하면 어땠을까 한다"며 "법원은 매일 증거 재판을 강조하면서 근거 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탄핵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비판적 입장을 내비쳤다.
일부 판사들은 동료 판사에 대한 탄핵 문제를 두고 "몇몇 판사만을 희생양 삼아서는 안 된다"며 착잡한 심경을 내비쳤다.
수도권 소재 한 중견 판사는 "법원에 대한 국민의 뿌리 깊은 불신을 법원행정처에 속했던 일부 판사들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몇몇을 속죄양 삼아 나머지 판사들이 법원 불신 사태에 대한 면죄부를 얻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의 다른 판사도 "개인적으로 책임질 사람도 있겠지만 판사 개인의 책임으로 몰고 가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이런 엇갈린 반응은 이번 사태가 터진 초반부터 나온 법관의 세대·층위·기수별 견해차를 반영한 것으로 여겨진다.
사태 초반부터 고위 법관들은 "재판거래 의혹은 근거가 없다"라거나 검찰 수사의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으며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검찰 수사의 필요성에 공감한 젊은 법관들과는 대비를 이뤘다.
한 원로 법관은 "오늘 박병대 전 대법관도 포토라인에 섰고 여러모로 법원이 힘든 날이다. 저 같은 원로들은 이제 의견을 말하기도 어렵다"면서 탄핵 검토 쪽으로 의견을 모은 이날 대표 판사들의 기류에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당분간 법관 탄핵 문제를 둘러싸고 법원 내부의 이견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향후 국회에서 관련 논의를 본격화하는 시기까지도 이런 내부 갈등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법관대표회의에서도 결과적으로는 '탄핵 검토 필요성'이 결의안으로 의결됐지만, 이에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105명 중 찬성 53명, 반대 43명, 기권 9명이었다.
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오늘 결과에 대해 법관대표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의 대표성을 두고 말들이 나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방의 한 판사도 "이번 법관 회의 결의를 계기로 법원 내부 의견이 더욱더 갈리게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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