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측정 방식에 따라 라돈 측정값 무려 30배 차이?

입력 2018-11-20 17:27   수정 2018-11-21 20:42

[팩트체크] 측정 방식에 따라 라돈 측정값 무려 30배 차이?
라돈 대리석 공포 부산 아파트 '측정 방법' 놓고 티격태격
부산시 "대리석은 생활용품 아냐. 대리석 위 측정기 올린 건 잘못"
주민 "대리석 자체 검출이 문제, 시가 공기질 측정 방식으로 호도"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대리석 바로 위에 측정기를 올려놓고 라돈 검출량을 측정하는 것은 잘못된 방식이다."
지난 19일 부산시가 '라돈 대리석' 논란에 휩싸인 강서구 A 아파트에 대한 라돈 정밀측정 결과를 발표하면서 한 말이다.
입주민과 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회가 라돈 과다 검출이 의심되는 대리석 위에 장비 놓고 측정한 방식은 '잘못'됐으며, 대리석이 있는 공간의 '공기 질'을 측정해 라돈 수치를 재는 것이 맞는다는 주장을 부산시는 펼쳤다.
이런 설명에 전문가들도 동의할까?



A 아파트에서 라돈 공포가 시작된 것은 지난 11일이다.
한 입주민이 라돈 간이 측정기(라돈아이)로 집안 현관과 화장실에 설치된 대리석 라돈 방출량을 측정한 결과 환경 기준치(200㏃/㎥) 5배에 달하는 1천㏃/㎥의 라돈이 검출됐다.
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회도 이 아파트 8세대를 무작위로 골라 라돈을 측정했고, 그 결과 3세대에서 기준치 이상이 검출되면서 라돈 문제는 공론화됐다.
주민 불안이 커지자 시공사로부터 정밀측정 의뢰를 받은 한국환경기술원과 부산시가 나섰다.
두 기관은 지난 14일부터 이틀간 2세대를 표본으로 골라 대리석이 있는 공간인 거실과 화장실 '공기 질'을 각각 측정한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환경기술원 측정값은 거실 36.6㏃/㎥, 화장실 34.2㏃/㎥, 부산시 측정값은 거실 30.9㏃/㎥, 화장실 29.7㏃/㎥로 모두 환경 기준치(200㏃/㎥)의 6분에 1에 불과해 유해성이 없다는 결론을 발표했다.
이는 주민과 더불어민주당이 측정한 라돈 측정값과 무려 30배 이상 차이가 나는 수치다.



부산시는 이런 차이가 '측정 방식'이 달라서라며 주민들의 측정 방식이 "잘못됐다"고 설명했다.
침대 베개와 같이 장시간 호흡기와 밀착되는 제품이 아닌 생활용품인 대리석의 경우는 공기 중 라돈을 측정하는 공기질 측정법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리석 표면에서 나온 라돈은 공기로 확산하며 바로 희석되고, 투과성이 약해 조금만 거리가 멀어도 영향력이 대부분 감소한다는 게 이유였다.
주민들은 부산시의 이런 설명에 공감하지 못한다.
한 주민은 "현관 대리석에 아이들이 앉아서 신발 끈을 묶고, 화장실 선반을 열기 위에 대리석을 짚기도 하고 칫솔을 올려두기도 한다. 대리석 바로 옆 욕조에서 장시간 몸을 담그며 직접 접촉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공기보다 무거운 라돈이 바닥에 깔리는 것으로 아는데 공기 질 측정 때처럼 사람이 바닥에서 1.5m 높이에서 늘 호흡하는 것도 아니고 누워서 앉아서 생활할 수 있는 문제여서 위험이 없다는 부산시의 결과는 못 믿겠다"고 말한다.
주민들은 또 대리석 자체에서 라돈이 검출되는 것이 문제인데 부산시가 '공기 질' 측정 방식으로 본질을 흐렸다고도 주장했다.
전문가들도 주민과 비슷한 입장이다.
조승연 연세대 환경공학부 교수는 "실내 공기 속의 라돈만 측정하는 것은 대리석에서 방출되는 라돈에 의한 외부피폭 영향은 평가하지 않은 것"이라면서 "주민측정 결과 대리석에서 1천㏃/㎥의 라돈이 나왔다면 그것은 대리석에서 나오는 수치치고도 꽤 높은 것이어서 전문가가 대리석을 뜯어서 원소함량을 분석해 외부피폭 우려를 측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경북 김포대학교 환경보건연구소장은 "우라늄계 라돈과 토륨계 라돈이 있는데 토륨계 라돈은 반감기가 55∼56초로 짧아 실내 공기 질만 측정했을 때는 우라늄계 라돈만 측정됐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주부나 아이들의 활동 범위가 대리석과 얼마나 가까운지를 무시하고 실내공기질법 기준만 적용해 안전성을 논하는 건 완전치 못하다는 게 제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부산가톨릭대학교 최정학 환경공학과 교수도 "라돈은 수돗물 수질을 측정하는 것처럼 정확히 규정화 법제화된 측정 법이 없어서 어느 방식은 맞고 어느 방식은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면서 "공기 질 측정과 건축자재에서 나오는 방사능을 어떻게 측정하는 것인지는 개념이 달라 피해를 보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조사 결과를) 수용할 수 없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ad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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