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앨범 '디어 미' 발표…"초심으로 돌아온 기분"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인간관계는 기쁨이자 아픔의 원천이다. 특히 인생에서 가장 여린 시절인 10대와 20대를 돌아보면 곳곳에 한때 마음을 줬던 사람한테서 받은 상처가 깊게 패어 있다.
21일 가수 백아연(25)이 발표한 미니앨범 '디어 미'(Dear Me)는 상처받은 또래에게 보내는 위로다. 앨범은 결코 여느 자기계발서처럼 강해지라고 훈계하지 않는다. 대신 상처받은 마음을 겹겹이 그려내 공감을 부른다.
지난 20일 서울 성동구 한 카페에서 만난 백아연은 "앨범을 녹음하면서 저도 위로받았다. 울컥해서 노래가 잘 안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타이틀곡 '마음아 미안해'는 김원이 작사·작곡한 브릿팝 장르 곡이다.
'마음아 미안해, 또 아프게 하네/ 나 왜 그랬을까 고작 그런 사람에게 너를 연 걸까/ 제발 그만해 미워하는 일, 그럴 가치도 없어 그러기엔 아까워'라는 가사가 백아연의 섬세한 목소리와 만나 마음을 울린다.
"좋지 않게 끝난 인간관계에 있어서 그런 사람에게 마음을 열게 해 자신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에요. 저도 그런 일을 겪어봤죠. 데뷔하고 나선 평소 연락 한번 없던 친구들에게 연락이 오는 게 상처가 됐어요. 제 마음에 가장 미안했던 순간은… 아무래도 헤어진 연인에게 마음을 열었을 때요. 너무 사람을 잘 믿었던 것도요. 이 노래를 듣는 분들이 치유되길 바라요."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어떻게 해소하느냐는 질문엔 "일기를 쓴다"고 답했다. 마음이 복잡한 날이면 자신에게 편지를 쓰면서 가라앉힌다는 것이다. 히트곡 '쏘쏘'의 가사도 그렇게 탄생했다.
평소 청아한 목소리의 백아연은 슬픔을 가득 머금은 신보를 준비하면서 창법을 바꾸느라 애를 먹었다.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 수장 박진영도 변화를 요구했다.
"'마음아 미안해'를 처음에 너무 슬프지 않게 불렀나 봐요. 박진영 PD님께서 백지영 선배님처럼 한(限)을 담아 목놓아 부르라고 주문하셨어요. 다 울고 나서 체념한 사람 같아야 하는데, 저는 아직도 울 힘이 남은 것 같다고 하셨죠."
2012년 SBS TV 'K팝 스타' 시즌1 출신인 백아연. 데뷔 7년 차 가수로 성장하는 동안 가요계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다. 솔로 여성 보컬리스트로 데뷔하기보단 엠넷 '프로듀스 101' 시리즈 등을 통해 그룹으로 데뷔하는 경우가 많다.
백아연은 "음원차트만 봐도 솔로 가수의 입지가 많이 줄어든 것 같아서 아쉽다"며 "그래도 얼마 전 소녀시대 태연 선배님의 콘서트를 갔는데 홀로 무대를 꽉 채우는 게 정말 멋있더라. 저도 더 노력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예능 등 방송 활동 전면에 나서지 않고 음악으로만 이야기하는 그는 변화의 갈림길에 선 듯했다.
백아연은 "예전에는 도전하는 걸 싫어했다. 원래 하던 것, 잘하던 것을 했으면 좋겠다 싶었다"며 "하지만 요즘은 카페에서 시즌별 새 메뉴를 꼭 먹어봐야 직성이 풀린다. 실패할 때도 있지만 재미있다. 음악도 마찬가지로 다양한 걸 해보고 싶다. 백아연이라는 도화지에 어떤 색깔을 칠해야 할지 고민하는 시기"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서 "음악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일탈을 해보고 싶다. 하지만 그러기엔 너무 늦은 건가 싶기도 하고, 일탈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살면서 해본 가장 큰 일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갑자기 혼자 여행 가고 싶어서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다녀왔다. 정작 비가 와서 숙소에만 있었다"며 "혼자 밥 먹기, 혼자 영화 보기, 혼자 술 먹기도 안 해봤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혼자 살면 해볼 텐데 가족과 함께 살아서 어머니 눈치가 보인다"고 수줍게 털어놨다.
데뷔할 때부터 '친구같이 편안한 가수가 되는 게 꿈'이라던 백아연에게 그 꿈에 가까워진 것 같냐고 물었다.
"많은 분이 어느 계절에 들어도 제 노래를 불편하게 여기지 않으시는 것 같아서, 그 꿈을 향해 차곡차곡 걸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도 여러분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친구 같은 음악인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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