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율서 드러난 '온도차'…총학 선거 57.4% vs 총장 선거 8%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서울대 총장을 선출하는 학생 투표가 차가운 무관심 속에 치러진 반면 최근 총학생회(총학) 투표에는 학생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며 온도 차가 드러났다.
20일 오전 개표가 끝난 제61대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 투표율은 57.4%를 기록했다. 총 유권자 1만6천633명 중 9천562명이 투표했다.
이는 지난해 투표율인 52.67%보다 5%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2016년 선거 때는 투표율이 50%를 넘지 않아 나흘간 연장투표를 했고, 투표율이 50.97%를 기록했다.
'내일' 선거운동본부(선본)의 정후보 도정근(물리천문학부 15학번) 씨와 부후보 김다민(조선해양공학과 16학번) 씨가 4천725표(49.4%)를 득표해 당선됐다.
이번 총학 선거에서 드러난 높은 투표율은 학교와 대립하던 모습의 총학이 아닌 학교와 소통하는 총학의 모습을 선본이 내세우면서 학생들의 선거 참여도를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대에는 최근 시흥캠퍼스 설립, 총장 선거 제도 개혁 등의 문제로 학교와 학생 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고, 학생들의 피로감도 높아진 상태다.
'내일'은 구호와 투쟁으로 대표되던 총학의 노선에서 벗어나 교직원 사회와의 적대적 관계를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일 선본이 아닌 2개의 선본이 선거에서 경쟁하고, 학생 중심의 공약을 적극적으로 내세운 점도 학생들의 관심을 끌어낸 요인으로 꼽힌다.
'내일'은 사당역~서울대 셔틀버스 신설, 셔틀버스 심야 노선 연장, 대학영어 절대평가 전환, 총학생회 청원 등 학생들의 일상적 생활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약속했다.
아울러 투표 시작 첫날인 12일 오후 늦게 보안상의 문제로 투표가 잠정 중단된 것도 결과적으로 투표 기간을 늘린 셈이 됐다. 본래 나흘간 진행될 예정이던 투표는 14일 재개돼 19일 마감됐다.
경제학부 2학년 최모(21)씨는 "지난해에는 총학에서 매일 시위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번 총학 후보는 그런 성향이 아니어서 투표를 많이 한 것 같다"며 "셔틀버스 공약 등 친(親) 학생 정책을 내세운 것도 투표하게 된 이유가 됐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 9일 열린 제27대 서울대 총장 후보 정책평가 학생 투표에는 학생들의 참여가 저조했다.
재학 중인 학부생·대학원생·연구생 총 3만3천여명 중 2천669명만 투표해 투표율은 8%였다. 지난 5월 열린 학생 투표에서 4천846명이 투표한 것과 비교하면 절반가량 줄어든 수치다.
이는 학생 투표의 반영 비율이 매우 낮았던 데서 우선적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학생 투표 결과는 학생을 제외한 정책평가단 인원의 9.5%로 환산돼 정책평가단의 최종 평가 결과에 반영된다. 학생의 1표가 온전한 1표가 아닌 셈이다.
또 지난 선거 때 학생 투표에서 1위를 기록한 후보가 최종 후보 3인에도 들지 못하면서 학생 투표의 작은 영향력에 실망한 학생들이 투표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총장선거는 참여 안 했지만, 총학 선거에는 투표했다는 경영학부 최모(20)씨는 "학생 반영 비율이 낮은 것이 투표율을 낮게 만든 원인"이라며 "1표까지는 아니어도 총장선거에서 학생 반영 비율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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