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진 "정육면체 만드는 새로운 방식, 제조업에도 적용 가능"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오소리와 비슷하게 생기고 배에 주머니가 달린 호주의 상징동물 웜뱃은 배설물이 '정육면체' 모양이다. 그 원리는 지금까지 베일에 싸여 있다가 최근 '장의 신축성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조지아공대 연구팀이 지난 18일(현지시간) 애틀랜타에서 열린 미국물리학협회(APS)의 유체역학 연례회의에서 '웜뱃 배설물 미스터리'의 해답을 발표했다고 미국 CNN, 영국 BBC 등 외신이 보도했다.
웜뱃은 하룻밤 사이 모서리가 2㎝ 정도인 주사위 모양 배설물을 80~100개 만들어낸다.
이 배설물은 영역표시를 하거나 이성을 유혹하는 등 다른 웜뱃들과 소통하는 데 쓰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각진 모양은 배설물들이 다른 곳으로 굴러가지 않도록 막아준다.
조지아공대의 퍼트리샤 양 박사는 "자연계에서 이렇게 별난 것은 본 적이 없다"며 연구를 시작한 배경을 밝혔다.
연구는 호주 태즈메이니아에서 도로 사고로 죽은 웜뱃들의 소화관을 해부하고, 풍선을 주입해 돼지 창자와 신축성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총 14일이 걸리는 웜뱃의 배설 과정에서 '후반 8%'를 담당하는 장 조직이 느슨해졌다가 팽팽해지는 것을 반복하며 모양을 잡아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줄어드는 장 조직이 '주사위 모양'을 만든 비밀이었던 셈이다.
연구를 이끈 퍼트리샤 양 박사는 "제조분야에서 지금까지는 거푸집을 이용하거나 잘라내는 방식으로만 정육면체를 제작해 왔다"며 "이제 세 번째 방법을 알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태즈메이니아대학에서 야생동물을 연구하는 생태학자 스콧 카버 박사도 "인류는 자연계를 관찰하는 것을 통해 사회를 혁신해온 오랜 역사가 있다"면서 이 연구가 "제조업에 새로운 관점을 던져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jrwm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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