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필리핀 중국대사관 앞 반중시위 "中, 필리핀 해역서 나가라"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중국 최고 지도자로서는 2005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필리핀을 방문했지만, 현지 국민의 반응은 싸늘했다.
양국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남중국해가 문제였다.
일간 필리핀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필리핀 여론조사업체 SWS가 지난 9월 15일부터 23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천2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전체의 84%는 정부가 영유권 분쟁지역에 있는 중국군 주둔과 기반시설을 내버려 두는 것은 옳지 않다고 답했다.
이 같은 입장을 밝힌 응답자 비율은 지난 6월 조사 때보다 3% 포인트 높아졌다.
중국은 2012년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있는 남중국해 리드뱅크(필리핀명 렉토뱅크)의 스카보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黃巖島>, 필리핀명 바조데마신록)를 강제로 점거했다.
중국이 그러면서 남중국해 대부분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자 필리핀은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에 제소, 2016년 7월 중국의 주장에 법적인 근거가 없다는 판결을 끌어냈다.
이 판결은 아직 이행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1%는 필리핀 정부가 이 문제를 유엔과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등 다른 국제기구로 가져가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또 전체의 87%는 필리핀이 영유권 분쟁지역의 섬과 모래톱에 대한 통제를 환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필리핀 국민의 43%가 중국을 거의 믿을 수 없다고 답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시 주석이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 1박 2일 일정으로 방문한 20일 오전 주필리핀 중국대사관 앞에서는 200명가량이 반중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시(주석), 환영하지 않는다", "중국은 필리핀 해역에서 나가라"는 플래카드를 들었다. "필리핀을 팔지 않겠다"와 "원유 탐사 협상은 없다"는 문구도 보였다.
중국과 친(親)중국 노선을 걷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행정부가 영유권 분쟁해역에서 추진하는 원유 공동탐사에 반대하는 목소리다.
이런 가운데 두테르테 대통령의 최대 정적인 안토니오 트릴라네스 상원의원은 "중국이 '분쟁해역 원유 공동탐사가 양국의 영유권 주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공동탐사 결과를 공유한다'는 내용의 협약 초안을 만들었다"면서 A4지 2쪽짜리 문건을 공개했다.
트릴라네스 의원은 지난 19일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은 물론 어떤 나라와도 필리핀의 배타적 권리를 약화하는 협약에 사인해서는 안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살바도르 파넬로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은 "누가 초안을 만들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파넬로 대변인은 또 "PCA 판결에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그 판결은 우리에게 쓸모가 없다"면서 "협상을 통해 우리가 얻어야 할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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