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수요 감시, 사재기·밀수 방지 목적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미국의 제재 복원에 맞서 외국과 교역에 최대한 의존하지 않는 '자급자족' 경제 체제로 전환하려는 이란 정부가 11년 만에 휘발유카드를 다시 발급할 예정이다.
이란 국영 석유유통회사(NIOPDC)는 20일(현지시간) 다음 주부터 3주간 차량 소유주를 대상으로 휘발유카드 발급 신청을 인터넷과 전화로 받는다고 밝혔다.
운전자가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넣을 때 이 카드를 제시하면 휘발유 구매량이 전산망을 통해 NIOPDC에 전송된다.
NIOPDC는 이를 통해 전국적인 휘발유 사용량과 관련한 자료를 수집해 이를 기반으로 수요를 예측, 제한된 정유 시설을 가동하는 데 참고하기로 했다.
이란은 원유는 수출하지만 정유 시설이 부족해 휘발유를 외국에서 수입했다가 올해부터 거의 자급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NIOPDC는 휘발유카드 자료를 이용해 특정 소유주가 한꺼번에 많은 휘발유를 구매하면 사용처를 조사할 계획이다.
이란에서는 최근 현지 리알화의 가치가 폭락하자 가격이 싼 휘발유를 대량으로 구매, 휘발유 가격이 비싼 이웃 이라크나 파키스탄에 달러화를 받고 밀수해 차액을 챙기는 범죄가 횡행하고 있다.
이란 국영 IRNA통신은 이란의 하루 평균 휘발유 소비량은 9천만ℓ로, 이 가운데 1천만∼2천만ℓ는 몰래 해외로 반출된다고 추산했다.
이란은 2007년 서방의 제재로 휘발유 수입이 어려워지자 비업무용 차량 소유주에게 월 60ℓ 한도로 정상 가격에 휘발유를 살 수 있는 카드를 발급했다.
이 한도량을 넘기면 4배로 비싼 돈을 주고 휘발유를 사야 했다.
NIOPDC는 그러나 "휘발유카드 도입이 배급제나 휘발유 가격 상승을 염두에 둔 사전 단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2007년처럼 휘발유 사용량을 제한하는 제도도 아니라고 덧붙였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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