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머드 주상복합 부산 엘시티 전원 공급용…주민·한전 갈등
주민 "이윤 때문에 안전 무시" vs 한전 "전자파 기준치 이하"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주민 휴식공간인 공원에 깊이 1m로 2만2천900V 고압전선이 지나가는데 어떻게 두고만 볼 수 있습니까?"
부산 해운대 매머드 주상복합시설 엘시티(최고 101층)에 전력을 공급할 송전선로 지중매설을 두고 주민과 한전이 갈등을 빚고 있다.
주민은 '아파트 바로 앞 공원으로 고압선로 설치는 안 된다'는 입장이지만, 한전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반박한다.
이번 갈등은 해운대구가 지난 12일 한전이 엘시티에 전력을 공급하는 2만2천900V 송전선로를 지중으로 매설하기 위한 도로 굴착을 40일간 허가해 주면서 불거졌다.
쟁점은 고압선로 매설 위치와 전자파 영향.
한전은 중동 롯데캐슬비치 아파트 앞 공원(옛 동해남부선 철길) 길이 320m 구간에 2만2천900V 전선을 1m 깊이로 매설하는 공사를 하겠다며 해운대구로부터 도로 굴착 허가를 받고 지난 16일 공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아파트에서 불과 10m 떨어진 곳에 주민 동의도 없이 고압전선을 매설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주민들이 공사장으로 몰려가 항의하면서 매설공사가 중단됐다.
주민 대책위 관계자는 "한전이 다른 도로로 전선 매설공사를 해도 되는데 이윤을 많이 남기려고 최단거리로 설계하는 바람에 주민 안전이 무시됐다"며 "공원에 고압전선 공사를 하려면 최소한 30m 깊이로 매설하고 제3 전문기관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어 전자파 영향을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전이 민원 때문에 안전펜스도 설치하지 않고 야간에 '도둑 공사'를 하다가 주민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며 "엘시티에서 건물 시험가동을 하기 위해 전기가 필요하므로 한전이 민원에도 불구하고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전은 "아파트 건물에서 20m 떨어진 공원 보도에 전선을 매설하는 공사로 지하 1m 깊이에서 0.024μT(마이크로 테슬라)로 측정돼 전자파 인체보호기준 83μT(마이크로 테슬라)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해명했다.
한전은 "비용 등 여러 조건을 설계에 반영해 최적 선로를 구했다. 우리도 감사를 받기 때문에 경제성을 검토해 노선을 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롯데캐슬비치 주민은 "전임 구청장 시절에는 민원 해결 뒤에 공사가 가능하다고 했는데 구청장이 바뀐 뒤에는 주민 안전과 관련해 극심한 반발이 예상되는 공사인데도 허가해 줬다"며 해운대구를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해운대구 관계자는 "한전이 신청한 도로 굴착 허가를 민원 때문에 4개월 동안 보류했고 도로법상 문제가 없어 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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