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류현진(31·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선발 투수로 꾸준히 활약하는 비결 가운데 하나는 변화구 습득 능력이다.
평범한 선수라면 1년 넘게 걸릴 구종 추가가 류현진에게는 그다지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빅리그 진출 이후 벽에 부딪힐 때마다 새로운 무기를 하나씩 공개했던 류현진은 20일 귀국 기자회견에서 "더는 새로운 구종을 익힐 생각이 없다"면서 "제구력을 유지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류현진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공인 체인지업은 2006년 한화 이글스 입단 직후 팀 선배인 구대성에게 배웠다.
이를 앞세워 KBO리그를 평정한 그는 2013년 빅리그에 진출해서도 체인지업을 주 무기로 활용했다.
그러나 2014년 체인지업이 상대 타자에게 간파당하자 류현진은 커브와 슬라이더를 다듬었다.
커브는 팀 동료였던 조시 베켓, 고속 슬라이더는 클레이턴 커쇼에게 조금씩 요령을 배워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특히 커쇼로부터 배운 고속 슬라이더는 2014시즌을 버티게 한 원동력 가운데 하나였다.
2015년 어깨 수술, 2016년 팔꿈치 수술로 힘겨운 시간을 보낸 류현진은 2017년 컷 패스트볼이라는 새로운 무기로 돌파구를 찾았다.
포심 패스트볼 비중을 줄이고, 부상 우려 때문에 고속 슬라이더를 봉인한 그는 스트라이크 존 앞에서 살짝 꺾이는 컷 패스트볼로 타자의 범타를 유도했다.
류현진이 컷 패스트볼을 익히게 된 계기도 흥미롭다.
사이영상을 받은 왼손 투수인 댈러스 카이클의 영상을 보면서 조금씩 던져보기 시작했고, 릭 허니컷 투수코치의 조언을 얻은 덕분에 실전에서 활용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2018시즌에는 투심 패스트볼까지 조금씩 던지기 시작하면서 류현진을 상대하는 타자는 오지선다형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이처럼 메이저리그에서도 신무기를 척척 장착했던 류현진이 2019시즌 새로운 구종을 추가할 계획을 잡지 않은 배경은 나쁘지 않았던 성적 때문이다.
류현진은 올 시즌 부상 때문에 정규시즌 15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7승 3패 평균자책점 1.97로 등판한 경기에서는 타자를 압도했다.
현재 보유한 무기만으로 빅리그 타자를 돌려세울 수 있다는 자신감인 셈이다.
"구종은 좋았고, 내가 던질 수 있는 공은 다 던졌다"는 류현진의 말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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