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적·효율적 논의로 대북정책 추진동력 강화 전망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한미가 지난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첫 '워킹그룹' 회의를 열고 정례화·체계화에 합의하면서 향후 회의가 비핵화, 대북제재, 남북관계 등 관련 논의에서 핵심적인 외교적 협의 틀로 기능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공동 주재로 열린 이번 회의에서 양국이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유엔 안보리 결의 이행, 남북협력 등 북핵 및 북한 관련 현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또 한미가 긴밀한 한미 공조와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워킹그룹 회의를 정례화 및 체계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각급의 한미 간 소통이 채널별로 나눠진 채 비정기적으로 이뤄지면서 미국은 미국대로, 한국은 한국대로 여러 단계 내부 협의 과정이 필요했고 이 때문에 '오해'를 빚기도 했으나, 앞으로 워킹그룹 회의를 통해 집중적이고 효율적인 논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구성에서도 양국 정부에서 북한 문제를 담당하는 부처·기관의 실무자들을 망라한 만큼 큰 틀의 비핵화 로드맵부터 교류협력 관련 세부 사항까지 사안의 경중을 막론하고 속도감 있는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에 비춰 워킹그룹은 향후 한 차례 연기된 북미 고위급 회담 재추진과 향후 대북 협상 전략, 김정은 국무위원장 방남, 2차 북미정상회담 등 굵직한 일정에 대해 세부 논의를 진행하며 대북 협상 전략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워킹그룹은 정상급·고위급 차원의 '결단'을 토대로 이를 구체화하고, 다시 세부 내용을 윗선에 올려 진전된 합의를 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리라는 관측이 외교가에서는 나온다.
실제 이날 워킹그룹 첫 회의에는 한국 측에서 외교부를 중심으로 대북 현안을 담당하는 통일부와 청와대 등 관련 부처 실무진이 참여했으며, 미국 측에서는 국무부와 재무부, 백악관 인사들이 참석했다.
특히 한국과 미국에서 각각 남북교류와 대북제재를 담당하는 통일부와 재무부 인사들이 워킹그룹 회의에 참석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남북 간 사업의 제재 예외 조치 등을 구체적으로 현실감 있게 논의하는데도 회의가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또 회의에서는 한미동맹과 북핵 협상, 남북교류 관련 폭넓은 분야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맥락에서 향후 회의에서 다루는 의제에 따라 참석하는 실무급 인사들이 유동적으로 변경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워킹그룹의 가동을 통해 한미 양국은 앞으로 보다 통일된 목소리를 발신함으로써, 압박과 관여의 방향을 막론하고 전반적인 대북정책 추진 동력을 높이는 데도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평화프로세스에 초점을 맞춰 남북교류를 추진하는 한국과,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에 방점을 찍고 있는 미국 사이 미묘한 입장 차이가 지속 감지됐던 만큼 이를 좁히는 데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언론 브리핑에서 워킹그룹의 출범 목적과 관련해 "우리가 서로 다른 소리를 내지 않고, 우리나 한국이나 서로 다른 쪽이 알지 못하거나 의견 표명 또는 생각을 제시할 기회를 갖지 못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언급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와 관련 1차 회의를 통해 미국 측이 남북 철도 공동조사 사업에 대해 강력하고 전폭적인 지지, 즉 스트롱 서포트(strong support)를 표명했다는 점은 워킹그룹을 통해 향후 어떤 '성과'가 나올 수 있을지를 보여준 것으로도 평가된다.
하지만 만약 워킹그룹 회의가 대북 협상 상황에 따라 남북교류를 '견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경우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는 만큼 회의가 남북, 북미 간 소통에 기여하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철도 사업에 대한 미국 측 메시지는 북미 고위급회담, 정상회담 논의 과정에서 한국이 움직일 공간을 넓혀주는 측면도 있다고 본다"며 "워킹그룹 회의를 통해 한미 간 긴밀한 협력을 이루고 이를 토대로 하는 남북교류로 북한의 변화를 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hapy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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