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중국, 투자로 영향력 커졌지만, '채무의 덫' 걱정 목소리도"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통해 아프리카의 강국인 나이지리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나이지리아 내부에서는 일대일로 프로젝트로 '채무의 덫'(debt trap)에 빠질 수 있다는 비판론도 거세지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 '중국이 투자를 통해 나이지리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중국이 나이지리아에서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면서 "일부는 '채무의 덫' 위험성을 걱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무함마두 부하리(75)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지난 9월 초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중·아프리카 협력포럼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개막연설에서 아프리카와 운명공동체를 건설하기 위해 600억 달러를 지원하고 일대일로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중국은 600억 달러 중 150억 달러는 무상으로 지원하고, 200억 달러는 무이자와 우대 차관으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100억 달러 규모의 중·아프리카 개발 기금을 마련하고, 50억 달러 규모의 대(對)아프리카 수입 융자 기금도 설립하기로 했다.
부하리 대통령은 정상회의 참석 기간 중국의 국영은행으로부터 6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프로젝트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나이지리아는 인구가 2억 명에 육박하며, 국내총생산(GDP)도 세계 31위를 차지하는 아프리카 내 강국이다.
현재 중국의 국영기업과 은행들은 나이지리아 곳곳의 인프라 구축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중국 국영은행들과 국영기업들은 아부자∼카두나 사이의 186㎞에 달하는 철도 노선 건설 프로젝트를 지원했다. 라고스∼카노 구간 철도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토목공정집단(CCECC)은 나이지리아의 4개 공항에 새로운 터미널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중국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려 애쓰고 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채무의 덫' 우려도 근거가 없다고 일축한다.
부하리 대통령도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는 빌린 돈을 갚을 능력이 있다"면서 '채무의 덫'과 대(對) 중국 의존도 심화 우려를 일축했다고 FT는 전했다.
조나단 코커 전 중국주재 나이지리아 대사도 "중국은 나이지리아가 혼자 힘으로 할 수 없는 철도, 도로, 교량 건설을 돕고 있다"면서 "그 비용은 전통적인 우방인 프랑스, 영국, 캐나다 등으로부터 빌리는 것보다 훨씬 적게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나이지리아인들은 아프리카 곳곳에서 중국의 부채를 토대로 추진하는 인프라 프로젝트가 국내의 반발을 몰고 오는 사례를 지적하면서 비판론을 펼치고 있다.
비판론자들은 특히 일대일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채무 규모를 축소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채무 때문에 국유재산이 중국 기업에 넘어갈 수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잠비아 사례를 들고 있다.
나이지리아의 투자자이자 사업가인 아바스 이다레시트는 "최근 들어 나이지리아에서 중국의 투자에 대한 긍정적인 분위기는 사라졌다"면서 "특히 잠비아처럼 채무불이행 위기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대일로는 중국 주도로 전 세계의 무역·교통망을 연결해 경제 벨트를 구축하려는 구상으로, 현재 중국은 전 세계 130개 국가를 대상으로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j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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